최근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서 대규모 투자 소식이 잇따라 들려오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스타트업들은 “투자 시장이 얼어붙었다”고 호소한다. 통계상 올 3분기 들어 벤처캐피털(VC)의 투자 집행 규모는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다만 소수 기업에 뭉칫돈이 몰린 탓에 많은 기업들이 자본시장의 변화를 체감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4일 벤처 투자 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3분기 국내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 대상 투자금액은 2조 4326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1조 9646억 원)와 비교해 23.8% 증가했다. 분기 투자금액이 2조 원을 넘어선 것은 2023년 4분기 이후 약 2년 만이다.
올 3분기 중에는 1000억 원 이상의 투자 유치가 이뤄진 ‘빅딜’이 3건 발표됐다. 리벨리온은 최근 시리즈C 라운드에서 3400억 원을 유치했다. 이는 최근 3년 동안의 스타트업 투자 유치 중 가장 큰 규모다. 퓨리오사는 시리즈C에서 1700억 원, 메디트는 시리즈B에서 1400억 언을 유치했다. 이외에도 5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모은 투자가 11건 있었다.
최근 발표된 대규모 투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시리즈B 혹은 시리즈C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솔은 시리즈B에서 740억 원을, 마크비전은 시리즈B에서 700억 원을 유치했다.
반면 초기 투자(시드~시리즈A)의 경우 집행 건수와 투자금액은 모두 감소했다. 3분기 기준 초기 투자는 206건 이뤄져 전년 동기 대비 44.2% 줄어들었다. 투자금액은 5144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16% 감소했다.
더브이씨는 최근 현상에 대해 “세계적으로 소수의 검증된 기업에 투자가 집중되는 현상이 있다"며 "한국 역시 비슷한 방향으로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고 해석다.
아울러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여전히 특정 산업군에 투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뚜렷해 업계 전반에 온기가 돌지는 않고 있다고 말한다. 올해 산업계의 뜨거운 화두인 인공지능(AI)의 경우 3분기 동안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금액이 3001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4.9% 증가한 수치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아직 VC 업계가 가장 관심을 두는 분야는 인공지능(AI)”이라면서도 “최근엔 환경 및 기후테크 분야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늘어나는 조짐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