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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김정은 위독설, 그 실체와 과제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김일성·김정일때도 미확인 보도

이번에도 해프닝 가능성 있지만

'건강변수' 北권력 최대 위협요인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2008년 여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다음부터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이었던 필자는 주기적으로 김정일 사망설에 시달렸다. 언론의 확인요청 때문이었다. 당시 김성호 국정원장은 국회 정보위 비공개회의에서 김정일이 “스스로 양치질”을 할 수준이라고 보고했다가 진위를 둘러싸고 곤욕을 치렀다. ‘얼마나 신빙성 있는 첩보인가’라는 지적에 한발 물러섰다. 평양 권부 최고지도자의 유고(有故)와 안위에 관한 첩보는 그야말로 ‘깜깜이’ 수준이다. 2011년 12월 김정일이 실제로 사망할 때까지 증권가 작전세력들은 외신을 이용해 평균 6개월 주기로 사망설을 유포했다. 증권가와 외환시장의 혼란을 이용한 작업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태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위중설이 제기됐다. 사태의 발단은 노동신문의 사진이다. 북한의 최대 경축일인 4월15일 태양절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사진에 김 위원장이 보이지 않았다.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고위간부의 얼굴만 나타났다. 2012년 김정은이 권좌에 오른 후 초유의 일이다. ‘특이한 사건’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광경이다. 이후 김정은의 동선이 공개되지 않자 탈북자들과 북중 국경 간의 삼각통화로 최고존엄에 대한 각종 미확인 첩보가 확산됐다. 서울 CNN 특파원은 관련 내용을 보도하면서 미국 고위관리를 인용해 ‘김 위원장이 수술 후 심각한 위험(grave danger)에 빠진 상태’라는 정보를 미국 정부에서 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 세계에 보도·유포되는 북한 정보는 70% 이상이 서울발이다. 국내 언론이나 탈북자들의 미확인 주장이 외신에서 각색되며 갑자기 무게가 실려 다시 서울에서 보도된다. 북한 정보가 국내외를 넘나들며 단계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악순환이다. 완벽하게 주민들을 통제하는 평양의 폐쇄 시스템 덕분에 북한 최고지도자는 주기적으로 건강이상설과 사망설에 시달린다.

1994년 7월8일 묘향산 별장에서 김일성이 뇌출혈로 세상을 떠나고 김정일이 2011년 12월17일 심근경색으로 사망했을 때는 남한은 물론 서방정보 당국도 평양의 공식발표 전까지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김정은 위중설 역시 ‘아니면 말고’식 해프닝으로 종결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다만 김정은의 위중설은 선대와 다른 측면이 있다.



우선 키 170㎝, 몸무게 120㎏(?)이라는 김정은의 비만도와 각종 질병 등 건강상태는 동북아 국제정치의 아킬레스건이다. 지난해 6월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전격 회동해 숨을 몰아쉬며 이동하는 김정은의 행보는 요주의 대상이다. 아직 37세에 불과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건강변수는 권력 유지의 최대 위협요인이다. 2008년 김정일이 풍을 맞았을 때는 김정철과 김정은이 이미 20대 중반이었기 때문에 세습 기반이 구축돼 있었다.

하지만 김정은에게 유고가 발생한다면 스토리는 달라진다. 일단 김여정이 2인자로 등장하겠지만 냉혹한 사회주의의 독재권력을 오빠 없이 유지하기는 어렵다. 결국 일정 기간이 지나 과도기 집단지도 체제가 등장하며 권력 내부에서 소용돌이가 몰아칠 수밖에 없다. 중국 ‘재야내각(shadow cabinet)’ 등의 시나리오가 등장할 것이다. 하지만 2020년 4월의 시나리오는 아니다. 국정원의 적폐청산 작업으로 대북 정보맨들이 사라지면서 평양 내부를 파악하는 작업은 늪에 빠졌다. 평양의 실상에 대한 유의미한 정보를 내곡동에서 제공하지 못한다면 CNN의 김정은 중태설 같은 ‘지르기 식’ 보도는 빈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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