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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전남 장흥 천관산]바다빛 물든 남도서 봄을 낚다

문학공원서 한시간 남짓 걸으니

군데군데 핀 진달래는 살랑살랑

좁고 가파른 산길에 숨이 턱까지

정상 다다르면 다도해가 한눈에

'선학동 나그네'의 배경 선학동

문학산책로 따라 책의향기 솔솔

호남 5대 명산 중 하나인 천관산은 정상 부근에 솟아 있는 기암괴석들이 천자의 면류관과 같다고 해서 이 같은 이름을 얻었다. 사진은 구정봉.




서울 지도에 자를 대고 오른쪽으로 줄을 그으면 동해안에서 만나는 곳이 정동진이다. 서쪽에 있는 정서진은 아라뱃길을 따라 도달하는 인천 서구 오류동이다. 그렇다면 서울의 정남향에 있는 곳은 어디일까. 바로 전남 장흥군이다. 장흥은 초행이 아니었음에도 이 고장의 아이콘이라 할 만한 천관산에는 가본 적이 없어 작심하고 길을 나섰다. 장흥에 들어서면 멀리 보이는 천관산은 닭벼슬을 여러 개 이어놓은 듯한 연봉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어 색다른 풍광을 연출한다.

호남 5대 명산 중 하나인 천관산은 정상 부근에 솟아 있는 기암괴석들이 천자의 면류관과 같다고 해서 이 같은 이름을 얻었다. 천관산을 오르려면 문학공원에서 출발하는 게 좋다. 내비게이션에 문학공원을 찍고 이곳을 지나쳐 차가 더 이상 갈 수 없는 곳까지 오르면 승용차 20여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산행은 여기서부터 시작되는데 오르는 길은 탑산사 가는 길과 공중화장실 사이의 좁은 길이다. 탑산사 쪽으로 오를 수도 있지만 이 길을 택하면 내려올 때 아주 가파른 바윗길로 내려오게 되기 때문에 피하는 게 좋다. 오르는 길은 가파른 만큼 숨이 턱까지 차지만 한 시간이면 끝나는 짧은 코스다.

천관산은 관산읍과 대덕읍 경계에 있는 723m의 골산(骨山)으로 정상에 오르면 남해안 다도해가 한 폭의 동양화처럼 펼쳐진다. 정상 부근의 연대봉에서 환희대까지 132만㎡의 평원은 억새 군락이 이불처럼 덮고 있다. 억새가 연출하는 풍광은 가을에 빛을 발하는데 지금은 군데군데 피어난 진달래가 임무를 대신하고 있다. 천관산을 내려오는 길에는 탑산사를 들러볼 만하다. 탑산사는 절이라고 하기에는 작고 암자라고 하는 것이 걸맞은 작은 사찰이지만 우리나라에 불교가 처음 들어온 곳이라는 이설이 있는 곳이다.

이 같은 주장은 동문선과 석보상절에 ‘인도의 아쇼카 왕(BC 268~232)이 부처님의 사리를 금·은·유리병 8만4,000개에 담아 탑을 세우니 중국에는 19개, 우리나라에는 전라도 천관산과 강원도 금강산에 이 탑이 있다’는 기록에 근거하고 있다. 주지스님에게 공연히 질문을 했다가 요사채에서 끝이 안 나는 강론을 듣고 탈출하듯 도망 나와 다음 코스로 향했다.

선학동은 장흥이 고향인 작가 이청준의 소설 ‘선학동 나그네’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이 소설이 영화로 제작된 것이 임권택 감독의 ‘천년학’으로, 이 마을에서 영화가 촬영되기도 했다.


천관산 문학공원이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장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문향(文鄕) 중 한 곳이다. 그래서 찾은 다음 행선지는 선학동. 선학동은 장흥이 고향인 작가 이청준의 소설 ‘선학동 나그네’의 배경이 된 곳이다. 이 소설이 영화로 제작된 것이 임권택 감독의 ‘천년학’으로, 이 마을에서 영화가 촬영됐다.

장흥군 안양면 사촌리에는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의 아버지 한승원 작가가 살고 있다. 그의 딸 한강에게 광주가 그랬던 것처럼, 장흥은 한승원 문학의 시원(始原)인 셈이다. 그는 대한일보에 단편소설 ‘목선’을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갯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목선’은 한승원이 그의 부친을 도와 김 양식을 하면서 챙긴 노동의 기억을 토대로 쓴 작품이다. 그의 집 근처 한승원문학산책로에는 600m의 해변에 20m 간격으로 그의 시비가 세워져 있다.



장흥군 장흥읍 억불산 자락 100㏊에는 40년생 이상의 편백나무 군락이 우거진 숲을 이루고 있다. 이곳에 위치한 억불산 ‘정남진편백숲 우드랜드’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목재문화체험관, 목공 및 생태건축 체험장, 산야초 단지 등이 조성돼 있다. 목재문화체험관은 전시와 체험공간으로 구성돼 있는데 전시관에서는 숲과 나무에 관한 내용을, 체험관에서는 목재문화 전반에 관한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보림사의 철조비로자나불은 국보로 지정돼 있다.


장흥군의 보림사는 선종이 처음으로 들어온 곳으로 유명하다. 득량만 앞바다는 장보고의 해상기지 인근으로 중국과의 교류가 많을 수밖에 없던 곳이다. 이곳을 거쳐 중국을 방문한 신라의 승려들은 자연스레 그곳에서 부흥하고 있던 선종을 들여오게 됐다. 이곳에 있던 보림사는 자연스레 선종을 처음으로 받아들였다. 절의 이름인 보림은 보물이 많다는 뜻이 아니라 선종 불교의 가르침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보물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이 절의 대적광전 3층석탑과 철조비로자나불은 국보로 지정돼 있다. 한국전쟁 때 빨치산과의 교전으로 대적광전이 전소했는데 그나마 일제가 세밀하게 그려놓은 그림이 남아 있어 그것을 보고 다시 복원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글·사진(장흥)=우현석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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