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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갱이도 반쪽발이도 아닌 조선인입니다”

■서울연극제 공식 선정작 연극 '혼마라비해?'

자이니치 아픔·고달픈 현실 무대에

南이냐 北이냐 정체성 강요에 설움

깊은 이해 아닌 얕은 관심에 상처

현실적 스토리에 공감↑ 역할 설정

극단 ‘실한’의 ‘혼마라비해?’/사진=서울연극제




“그래서 너희는 누군데.”

혹자는 간첩이라 의심하고, 또 누군가는 조센징이라고 욕한다. 당사자들은 말한다. ‘그냥 조선인, 그게 나’라고. ‘재일동포’ 또는 ‘자이니치’라고 불리는 이들은 끊임없이 정체성을 강요당해 왔다. 식민지 시절부터 자의든 타의든 일본에 살아왔던 한반도(조선반도) 출신의 조선인들은 ‘소속이 애매하다’는 이유로 끊임없이 차별당하고 소외됐다. 여권에 찍힌 국적보다 ‘조국’이라는 끈으로 우리 언어와 정서를 지키며 살아가려는 사람들, 그래서 더 고달픈 그네들의 삶이 무대 위에 그려진다. 제41회 서울연극제 공식 선정작 ‘혼마라비해?’다.

연극은 작가 신영주의 경험을 바탕으로 무대에 재현된다. 2009년 일본 한 극단의 자막 작업을 돕기 위해 일본 오사카를 방문한 영주는 극단에서 알게 된 재일동포 지숙과 함께 그녀가 하숙하는 ‘만세상회’를 방문하게 된다. 만세상회 주인 광식이 아저씨를 비롯한 그곳 사람들과 즐겁게 저녁 식사를 하던 중 영주는 벽에 걸린 두 개의 액자를 보곤 기겁하고 놀란다. 액자 안에 자리 잡은 얼굴이 북쪽의 최고 존엄 김일성·김정일 부자였기 때문이다. 영주는 한껏 움츠러든 채 울먹이며 묻는다. “아저씨 간첩이에요?”



극단 ‘실한’의 ‘혼마라비해?’/사진=서울연극제


영주는 이 작품의 해설자이지만, 우리 사회의 시선을 대표하는 역할로도 존재한다. 자칫 뻔할 수 있는 메시지는 영주를 통해 ‘그들의 아픔’을 넘어 ‘내가 준 상처’로까지 확대된다. 일본 정부의 조선학교 차별 뉴스와 조선인을 향한 혐한 시위에는 분노하지만, 정작 자이니치들이 지금의 삶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관심 두는 이는 많지 않다. 영주 역시 자이니치들이 일본에서 겪는 서러움을 취재하고, 블로그에 소개하며 그들의 삶에 다가서는 듯하지만, 중요한 순간 얕은 생각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세게 할퀴고 찌른다. “왜 그렇게 쉽게 말해? 한국 사람들, 우리말 잘 못하면 놀리고, 무시하고, 우리한테 빨갱이라고 하고 우리한테 반 쪽발이라고 하면서 차별해. 한국 사람들은 뭐 그렇게 편 가르기 해?” 영주를 향한 지숙의 외침은 객석의 또 다른 영주, 극장 밖 수많은 영주들을 향한 절규다. 일본 방송에 출연한 광식이 아저씨의 아들 현규는 ‘독도냐 다케시마냐’란 진행자의 질문에 답을 못하고 얼버무린다. ‘정해진 답’을 듣지 못한 사람들에게 더는 동포도 이웃도 없다. 남는 것은 “역시 쪽발이 빨갱이”, “역시 조센징”이라는 선 긋기 뿐. 모두가 떠난 만세상회에서 광식이 아저씨가 홀로 한일 야구 경기를 보며 “아무나 이겨라”라고 탄식하는 장면은 그래서 더 먹먹하게 다가온다.

이제 모두가 처음부터 궁금했던 제목에 대한 이야기다. ‘혼마라비해?’ 어느 나라 말인지 도통 모르겠는, 누구처럼(?) 정체가 궁금한 이 말은 극 중 ‘잘 지내느냐’는 의미로 사용된다. 작품이 우리 모두를 향해 던지는 질문이기도 한 ‘혼바라비해?’의 어원은 무엇일까. 10일까지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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