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심각한 부작용 가능성에도 자국에서 개발된 ‘아비간’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비간은 일본 후지 필름의 자회사 도야마 화학이 신종인플루엔자 치료제로 개발한 항 바이러스제로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명확한 근거가 없다. 뿐만 아니라 기형아를 낳을 수 있다는 부작용을 안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지난 4일 기자회견에 나선 아베 총리 역시 아비간이 입덧 방지약인 “‘탈리도마이드’와 같은 부작용”을 갖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악의 의약품 부작용 사례’로 꼽히는 탈리도마이드는 지난 1950∼1960년대 기형아 출산 부작용으로 판매가 금지된 약물이다.
아비간은 에볼라 같은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재생산을 방해한다는 점에서 잠재적 가치가 있지만, 이는 동물실험에서만 입증됐을 뿐 인간이 앓고 있는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증거는 제한적이라고 NYT는 전했다.
이같은 우려에도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뿐만 아니라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G7 정상들과 회의에서도 코로나19 치료제로 아비간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아베 총리는 아비간 재고를 3배로 늘리라면서 한화 1,60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배정하는 한편 일부 국가에는 아비간을 무료로 제공하며 공격적으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아베 총리가 아비간을 이토록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고모리 시게타카 후지필름 회장과 수시로 골프회동을 갖고 식사를 하는 등 가까운 사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아비간에 대한 아베 총리의 평가와 고모리 회장과의 관계와 관련해 “전혀 연관이 없다”고 밝혔다. 또 후지필름 측 대변인도 “어떤 호의도 없었다”고 밝혔다.
NYT는 아비간을 향한 아베 총리의 관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 계열의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극찬하지만, 전문가들은 반대하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신문은 “정치 지도자들이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알맞은 치료제를 지지한다면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강화하고,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기업에 엄청난 이익을 안길 수 있겠지만 잘못된 약을 홍보한다면 재앙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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