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브레머 "글로벌공급망 재편으로 脫중국 심화...中 '자본이탈' 새 리스크 될것"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 인터뷰]

코로나에 美·유럽 등 공급망 단순·자동화...자국투자 확대

트럼프, 美장기불황 진입에도 재선위해 中에 관세부과 가능성

코로나 백신 대량 생산돼야 상황 끝나...불황 2~3년 갈수도

한국, 미중 무역갈등 따른 기업 어려움 양국에 전달해야

이언 브레머 회장. /사진제공=유라시아그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충격파로 인해 미국과 그 동맹국을 중심으로 탈중국 현상이 짙어질 것입니다. 이로 인해 중국에서는 자본이탈이 새 리스크로 떠오를 것입니다.”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합의 이행 방안을 두고 갈등을 빚는 가운데 글로벌 서플라이체인(공급망) 재편에 따른 탈중국 현상이 미국과 유럽·일본·호주 같은 동맹국을 중심으로 급속히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인 유라시아그룹의 이언 브레머 회장은 12일(현지시간)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1·4분기와 2·4분기 경제 위축으로 무역합의에 따른 미국산 제품 수입액을 맞추지 못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을 포함해 코로나19로 정부 지원을 받은 기업은 자국에서 채용을 하라는 요구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본국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할 것”이라며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자본이탈이 새 리스크로 떠오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코로나19 사태 초기대응에 문제가 있었고 국제관계도 위험한 시기라는 게 브레머 회장의 분석이다.

브레머 회장은 이에 따라 코로나19가 글로벌 공급망의 대대적인 재편을 불러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미국 정부는 의료용품과 군사물자·반도체의 미국 내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갑자기 경제가 셧다운(폐쇄)되면서 우리는 전 세계에서 가져온 부품으로 물건을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됐고, 창고(재고) 없이 생산되는 것이 문제라는 점을 깨닫게 됐다”며 “식량 공급망의 중요성도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공급망을 더 짧게 단순화하고 지역에서 생산하며 병에 걸린 노동자 없이도 물건을 만들 수 있게 자동화가 더 빨라질 것”이라며 “이로 인해 생산비용은 훨씬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점쳤다.

브레머 회장은 미국 경제의 현주소를 장기불황(depression)에 진입하고 있는 국면으로 진단했다. 그는 “경기침체는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나 전 세계 성장률 2% 미만을 뜻하고 장기불황은 명확한 정의가 없지만 그 정도와 깊이가 더 심한 상태”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2~3년간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언 브레머 회장. /사진제공=유라시아그룹




브레머 회장은 이번 인터뷰 내내 코로나19 백신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단순히 개발이 중요한 게 아니라 백신이 대량생산된 뒤 국제적으로 배분되고 사람들이 주사를 맞아 면역체계를 갖출 수 있어야 지금의 상황이 완전히 끝날 수 있다는 얘기다. 뒤집어보면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예상을 넘어서는 경제·정치적 충격파가 몰려 올 수 있다는 진단이기도 하다.

미국 경제가 장기불황에 들어가고 있다고 그가 단언한 것도 이 때문이다. 브레머 회장은 “오는 11월 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주가를 높이 띄우려는 최고경영자(CEO)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겠지만, 현실은 우리가 장기불황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라며 “정부는 경제활동을 재개한다고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에 경제의 많은 부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백신을 맞기 전에는 많은 이들이 비행기를 타지 않을 것이고 식당이나 극장에 가지 않을 것”이라며 “스포츠 관람이나 술집 방문, 심지어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것도 꺼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고려하면 3개월이나 6개월 뒤의 ‘V자 반등’보다는 2~3년간 경기가 침체하는 장기불황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2020년의 장기불황은 1930년대 대공황과는 차이가 난다. 그는 “현재 개발도상국의 중산층은 대공황 때의 미국이나 유럽의 중산층보다 더 잘산다”며 고통은 상대적으로 덜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이어 “지금은 미국 경기가 좋지 않고 소비자들이 더 많은 부담을 질 수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를 앞두고 중국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며 “이는 매우 위험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때리기에 (재선의) 기회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악의 경제상황에서도 재선을 위해서라면 중국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역갈등을 겪고 있는 미중 사이에 낀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의 관계를 안정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면서도 “두 나라의 갈등에 한국 기업이 미국과 중국에 투자하고 현지에 기업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워싱턴과 베이징에 전달하는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미 스탠퍼드대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브레머 회장은 금융시장에 미치는 정치적 위험을 측정하기 위한 글로벌정치리스크인덱스(GPRI)를 처음으로 만들어 월가에 도입한 인물이다. 신흥시장(Emerging Markets)을 시장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경제만큼 정치가 중요한 나라라고 한 그의 정의가 업계에서 널리 사용될 정도다. 정치뿐 아니라 금융과 경제 부문을 아우르는 리스크 관리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