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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잘나가는 택진이형' 리니지 BGM으로 소송 걸린 까닭은?

리니지1 오리지널 BGM 억대 손배소 휘말려

이모씨 "1997년 내가 만든 노래 리니지 무단 사용" 주장

엔씨 "게임과 같이 구매"…법정공방 현재진행형

# 당신이 ‘린저씨’로 불리는 PC게임 ‘리니지’ 올드 유저라면 이 BGM(배경음악·누르면 재생됩니다)을 듣는 순간 향수에 젖어들 것이다. 장엄하게 깔리는 신디사이저 멜로디에 이끌려 어느덧 리니지 배경인 ‘아덴 왕국’ 속 한 명의 기사가 되어 몬스터와 싸우고 있을 지 모른다. 리니지 공식 OST(삽입곡) 앨범 ‘두번째 유산’ 타이틀 곡으로도 발매된 동명 음원 ‘리니지’ 얘기다. 그런데, 이 노래의 원작자임을 주장하는 사람이 뒤늦게 등장했다.



엔씨소프트의 MMORPG ‘리니지’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해 지난 2017년 출시된 모바일 게임 ‘리니지M’ 광고사진 /엔씨소프트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036570)의 간판 MMORPG 리니지를 상징하는 오리지널 BGM ‘리니지’가 억대 저작권 분쟁에 휘말렸다. 유명 반도네온 연주자인 이모씨는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를 상대로 20여 년간의 불법 사용에 대한 1억 원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이씨는 자신이 작곡한 노래가 무단으로 리니지의 BGM으로 사용됐다고 주장한다.

1997년 작곡한 노래가 20년 뒤 TV광고에?

원고 측이 법원에 소명한 내용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이씨는 지난 1997년 SBS방송아카데미에서 미디영상음악 과정을 공부하다 동기에게 “어떤 게임회사에서 테스트 음악이 필요하다고 한다”는 요청을 받고 ‘0(제로).mid’라고 이름 붙인 곡을 건네준다. “팀을 꾸리는 중이니 일이 잘되면 메인 작곡가로 합류할 수 있다”는 제안에 기대가 컸다. 이 곡은 학원 동기를 통해 당시 리니지를 개발 중이던 ‘아이네트’의 김민수 현 엑스엘게임즈 이사에게 넘어간다. 이후 “프로젝트가 엎어져 게임 출시가 취소됐다”는 연락을 받고 작업을 중단한 이씨는 20년이 흐른 2017년 우연히 TV에서 ‘리니지M’ 광고를 접하고 뒤늦게 자신이 건넨 음원이 1998년 출시된 리니지의 메인 BGM으로 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에 이씨는 지난 2018년 뒤늦게 이 음원에 대해 저작권을 신고하고 법정 싸움에 돌입했다.

이씨가 작곡했다고 주장하는 ‘문제의 음원’은 1998년 ‘리니지(리니지1)’의 테마송이었고, 이후 ‘리니지 부활’을 이끈 모바일 게임 광고에도 일부 편곡을 거쳐 활용됐다. 이 음원이 삽입된 ‘리니지M 게임소개’ 영상에는 “‘브금(BGM)’ 진짜 추억이다” “브금 하나로 평정한다” 등 음악이 향수를 자극한다는 취지의 댓글이 달렸다. 현재도 인터넷상에서 ‘리니지 오리지널 BGM’ ‘리니지 추억의 배경음악’ 등 키워드로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을 만큼 리니지 팬들에게 사랑받은 음악이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리니지M’과 ‘리니지2M’의 2연타 흥행으로 사상 최고의 실적을 구가하고 있다.





문제는 리니지가 출시된 지 몰랐던 이씨가 이 사실을 뒤늦게 깨달아 작곡 사실을 입증할 단서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피고 측은 아이네트로부터 리니지 팀을 인수하며 음원에 대한 권리까지 넘겨받았다는 입장이다. 엔씨소프트는 “엔씨소프트가 아이네트로부터 리니지 관련 소프트웨어 일체를 인수했고, 당시 외부에 10~20만원 상당의 비용을 지급했다고 전해들었다”며 “원고가 해당 배경음악을 작곡했는지 입증할 증거 역시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원고는 “소프트웨어 계약서에는 저작권에 대한 일체의 언급이 없다”며 “작곡자도 명시하지 않고 새롭게 편곡까지 해서 해당 곡을 20년 넘게 아무런 제한 없이 사용한 것은 문제”라고 반박하고 있다. 엔씨 관계자는 “23년 전 있었던 일로 서로 다른 입장에 대한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하는 과정에 있다”며 “성실하게 재판에 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엔씨는 리니지 파워에 역대급 실적 기록

리니지가 현재 한국 게임업계에서 가장 강력한 흥행 파워를 자랑하는 IP인 만큼 BGM의 가치 역시 적지 않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리니지 모바일 시리즈가 오리지널 리니지의 향수에 힘입어 흥행에 성공한 만큼 그 정체성과도 깊게 연관된 게임 배경음악의 IP 가치를 간단하게 산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인 정진근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저작권에 대한 대가를 지불했다고 해도, 진짜 저작권자가 따로 존재해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며 기업들이 권리하자 문제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정 교수는 “저작권은 사후 70년간 유효하기 때문에 오래된 IP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권리하자의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잦다”며 “우리나라는 IP에 대한 제대로 된 가치 평가나 권리하자 문제에 대응하는 보험도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권리자가 불투명한 IP에 대해서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씨 측은 서울경제에 “돈이 목적이 아니라 허락받지 않고 20년간 무단 사용해온 음원의 정당한 저작권자로서 인정받고 싶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후 꾸준히 앱스토어 최고 매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온 리니지2M /엔씨소프트


게임 ‘대장주’ 자리를 꿰찬 엔씨의 실적은 고공행진 중이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1·4분기 역대 최고 분기매출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리니지2M 매출이 처음으로 온기 반영되면서다. 전체 매출의 76%가 리니지M과 2M에서 나와 그 흥행 파워를 입증했다. 올해도 대형 신작 출시 계획이 포진해있다. ‘블레이드 앤 소울2’가 글로벌 시장 겨냥의 첫 스텝으로 연내 국내에 출시되고, 수년째 게임 팬들의 기대를 모은 ‘프로젝트 TL(더리니지)’이 내년 출시를 목표로 베타 테스트에 들어간다. 미국 음악게임 전문 회사 ‘하모닉스’가 제작한 음악게임 ‘퓨저’ 역시 콘솔을 비롯한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북미에서 퍼블리싱한다는 목표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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