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은 발병률이 높지만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예후가 좋은 편이다. 2001~2012년 수술을 받은 유방암 환자의 10년 전체생존율은 암 병기(病期) 0기가 95.4%, 1기가 92.7%다. 반면 3기는 63.4%, 4기는 22.2%로 급감한다. 그만큼 조기 발견·치료가 중요하다.
◇고도 치밀유방 여성, 유방암 위험 최대 5배…40대선 9.4배
유방은 모유가 만들어지고 이동하는 유선·유관 등이 속한 실질조직과 이를 둘러싼 지방조직으로 구성된다. 우리나라 40대 여성 10명 중 7명은 실질조직의 비중이 50%를 넘는 치밀유방을 갖고 있다.
그런데 치밀유방은 X선 유방촬영술을 활용한 유방암 진단에 어려움을 준다. 유방 내 지방조직은 X선이 투과돼 검게 보인다. 반면 실질조직이 밀집돼 있으면 X선 투과가 어려워 암이나 양성종양처럼 하얗게 표시돼 종양 발견이 어려워진다.
치밀유방은 그 자체로 유방암 발생 확률을 높일 수 있다. 해외 연구결과에 따르면 실질조직이 75%를 넘는 고도 치밀유방을 가진 여성은 실질조직이 25% 이하인 저밀도 지방유방을 가진 여성에 비해 10년 내 유방암 발병 확률이 4~6배가량 높다.
국내 연구에서도 고도 치밀유방을 가진 여성은 저밀도 지방유방 여성에 비해 유방암 발생 위험이 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40대에선 그 격차가 9.4배까지 벌어졌지만 폐경 후인 60대에선 5.1배로 줄었다.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박보영·전재관 교수팀이 2007~2009년 국가 유방암 검진사업에 참여한 여성 중 2011년까지 유방암이 발생한 여성 1,561명(평균 53세)과 발생하지 않은 여성 6,002명(평균 53세)의 유방밀도를 비교분석한 결과다. 치밀유방이 유방암의 발생위험을 높이며 특히 폐경 전 여성일수록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게 확인됐다. 나이가 들면 유방의 치밀도가 낮아진다.
◇국내 40대 여성 70%가 치밀유방…미국의 1.5배
일산차병원 유방센터 박소은 교수는 “유방암은 지방조직이 아닌 유방 내 실질조직에서 발생하는데 치밀유방의 경우 유방 실질을 구성하는 세포의 수가 많고 호르몬과 성장인자에 더 많이 노출돼 유방암 발생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치밀유방은 해외에 비해 국내 여성들에서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경우 40대 여성 중 치밀유방의 비중은 46% 안팎인데 우리나라는 약 70%로 1.5배나 된다.
치밀유방과 유방암 간 연관성이 높은 만큼 국내 여성들은 정기 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에 집중해야 한다. 유방암 환자 비중이 가장 높은 40대 이상 여성이 치밀유방이라면 X선을 활용한 유방촬영술에 더해 유방초음파검사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 유방초음파검사는 치밀유방에서도 검사 민감도가 높아 X선으로 발견하기 어려운 유방암 병변을 찾을 수 있다. X선은 유방초음파검사로는 발견할 수 없는 미세석회화 암을 발견할 수 있다.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검진을 받은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유방암 사망률이 19%가량 낮다. 박 교수는 “정기검진을 통해 유방암을 발견하면 증상이 나타난 후 진단된 환자에 비해 치료 예후가 좋고 치료 후 생존율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40대 이상 여성은 전문의 상담을 통해 정기 영상검진을 받고, 유방암 가족력이 있거나 유전자 검사에서 BRCA 유전자를 가진 고위험군이라면 30대 이전이라도 유방초음파 등 정기검진을 통해 병변을 일찍 발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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