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으로 병원을 찾는 20~30대 여성 환자의 증가율이 예사롭지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자궁경부암으로 진료를 받은 20~30대 환자는 2015년 1만3,447명에서 2019년 1만7,760명으로 47% 증가했다. 이 기간 전체 환자 증가율 15%의 3배를 웃돈다.
성 개방 풍조 확산으로 성관계 경험이 늘고 시작 연령도 어려지면서 자궁경부암의 원인인 인유두종바이러스(Human Papilloma Virus, HPV)에 노출되는 여성이 늘어난 게 주요 원인이다.
◇증가율 3배…자궁경부 안쪽에 잘 생겨 발견 어려워
한관희 강동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젊은 여성에서 발생하는 자궁경부암은 자궁경부 바깥쪽에서 발생하는 상피세포암보다 자궁경부 안쪽에서 발생하는 선암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선암 발생과 관련있는 HPV 18형·45형의 감염 비율이 더 높기 때문”이라고 했다. 선암은 여러 연구에서 상피세포암에 비해 발견이 더 어렵고 예후도 나빠 생존율이 낮은 것으로 보고돼 주의해야 한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에 따르면 미국 성인 여성 10명 중 8명은 HPV에 한 번쯤 감염된다. 감염되더라도 대부분 2년 안에 자연적으로 사라지지만 10% 정도는 2년 이상 감염이 지속돼 자궁경부 상피 안에 종양이 발생할 수 있다. 방치할 경우 자궁경부 상피내암, 침윤성 자궁경부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HPV에 감염된 정상 세포가 암으로 진행하는 데는 5~20년이 걸린다.
자궁경부암은 99%에서 HPV가 발견될 정도로 바이러스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예방 백신 접종이 가능한 유일한 암이기도 하다. 따라서 백신을 접종하고 정기 검진을 받는 게 중요하다. 국가암검진 권고안은 만 20세 이상 여성에게 2년에 한 번씩 자궁경부암 검진을 받도록 하고 있다. 기존에 3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던 자궁경부암 검진도 2016년부터 20세 이상으로 확대했다.
◇암 초기에는 자궁 살리면서 수술로 완치 가능
하지만 20~30대 여성은 ‘젊으니 암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다 산부인과 진료를 꺼리는 경향이 있어 검진 비율이 낮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국가암검진 수검 통계를 보면 20대의 자궁경부암 검진율은 약 20%에 그친다. 백신 접종률도 50~60%로 낮은 편이다.
HPV 백신은 만 12세 여학생이면 무료로 맞을 수 있다. 한 교수는 “접종 권고 대상은 9~26세지만 성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접종하는 게 예방 효과가 가장 좋다”며 “다만 백신을 맞아도 자궁경부암이 100% 예방되는 것은 아니므로 성생활을 시작한 이후에는 정기적으로 자궁경부암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신은 성 경험이 있어도 접종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26~45세에도 맞을 수 있다.
자궁경부암 치료는 진행 정도에 따라 수술·방사선·항암화학 치료 등이 있다. 적절한 검진으로 암이 되기 전 단계인 상피내 종양에서 발견된다면, 침습 암으로 진단되더라도 암의 병기가 1기이면서 암세포 침투 깊이가 3㎜ 미만이면 자궁을 들어내지 않고 자궁경부 중앙 부위만 잘라내는 수술(자궁경부 원추절제술)로 완치할 수 있다. 암의 크기가 2㎝를 넘지 않으면 자궁경부와 질의 일부분만 잘라내고 질과 자궁을 다시 연결해주는 수술(광범위 자궁목 절제술)을 하면 임신·출산을 기대할 수 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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