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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스 샷' 환호 없지만...적막한 그린엔 활기가 넘쳤다[KLPGA챔피언십 첫날]

갤러리 응원 대신 조용한 박수

취재진 동선까지 엄격히 제한

고요함 속 선수들 표정엔 생기

오지현 "대회 열린 사실에 감사"

선두 배선우 "제대로 숨 쉬는 기분"

3언더 최혜진, 2타 차 공동 7위

최예림(왼쪽)과 조아연이 14일 KLPGA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마스크를 쓴 채 드라이버 샷을 하고 있다. 경기 중 마스크 착용 룰은 캐디에게만 적용됐지만 일부 선수들은 종종 마스크를 쓰고 경기했다. /양주=연합뉴스




KLPGA 챔피언십 출전선수들이 1인용 테이블에서 ‘혼밥’을 하고 있다. 배선우는 “말 없이 앞만 보고 먹으니 학교에서 수업받는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양주=연합뉴스


형형색색 양산을 든 갤러리 행렬과 진행요원의 ‘조용히’ 손팻말이 사라진 대신 낯선 방역장비와 마스크·장갑이 골프 대회장의 새로운 풍경으로 등장했다. 선수 관계자와 부모도 들어가지 못하는 대회 코스는 적막하기까지 했지만 일터를 다시 찾은 선수들의 표정에서는 어느 때보다 활기가 넘쳤다.

14일 경기 양주의 레이크우드CC(파72). 첫 홀 티잉 그라운드에서 선수 소개가 시작되자 갤러리의 환호 대신 같은 조 선수와 캐디의 조용한 박수만 나왔다. 어려운 버디를 성공해도 모자챙을 손으로 잡아 보이는 흔한 인사는 보이지 않았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챔피언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사실상 세계 최초의 프로골프 대회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흘 일정에 들어갔다. 일본·호주·캐나다 등 8개국의 방송사가 생중계에 나섰고 미국 골프채널은 경기 하이라이트를 방송할 예정이다.

무관중 경기가 진행된 가운데 취재진 동선도 1번과 10번홀 티샷 정도만 확인하도록 제한됐다. 주요 선수 조에는 신문과 방송 카메라 10여대가 양옆으로 진을 쳤지만 티샷 뒤에는 일제히 자리를 떠야 했다. 대회장 입장 때 작성하는 문진표에는 14일 이내 이태원 상업시설 방문 여부를 체크하는 항목도 있었다.



오전6시20분에 첫 조로 출발해 1오버파로 1라운드 경기를 마친 오지현은 “갤러리 없는 경기는 2부 투어 시절이던 7~8년 전 이후 처음이라 어색했지만 6개월 만의 대회 출전이라 매 홀 기분 좋게 임했다”며 “전 세계의 시선이 쏠리는 대회라 경각심을 가지고 더 조심해서 경기했다. 캐디가 마스크를 벗을 수 없는 규정 때문에 소통이 조금 어려운 부분은 있었지만 대회를 한다는 자체에 의미를 두고 감사하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는 투어 역대 최다인 30억원의 상금이 걸려 있다. 우승상금(2억2,000만원)의 비율을 줄이고 컷 탈락을 없애 더 많은 선수가 상금을 받아가게 했다. 출전선수를 150명으로 늘리는 과정에서 첫 조 출발시각이 앞당겨져 오지현 등은 새벽3시30분에 일어나야 했다.

신인으로서 특별한 대회를 맞는 의미가 남다르다는 김유빈(2언더파)은 “오랜만에 나선 대회라 쇼트게임과 퍼트 감각이 미흡했다”고 자책하기도 했다. 정상급 선수들도 경기 감각을 깨우는 데 애를 먹었다. 3년 전 이 코스에서 투어 18홀 최소타(60타)를 작성했던 이정은은 1번홀(파5) 그린 주변 벙커 샷을 반대쪽 러프로 보내 더블보기를 적는 등 1오버파에 그쳤다. 박성현과 김세영도 각각 1오버파와 2오버파를 적었다. 세계랭킹 3위 박성현은 “이렇게 딱딱하고 빠른 그린은 너무 오랜만”이라고 했다. 선두권을 달리던 최혜진은 15번홀(파5) 더블 보기 때 4퍼트를 범하기도 했다. 선두에 2타 뒤진 3언더파 공동 7위다.

김자영·현세린과 함께 5언더파 공동 선두에 오른 일본파 배선우는 “지난 4월24일 일본에서 돌아왔다. 2주 자가격리를 거쳐 골프채를 다시 잡은 게 겨우 엿새째라 이번 대회는 힘들겠다 싶었는데 마음을 비워서인지 운이 따르는 플레이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갤러리들의 ‘나이스 샷’ 소리로 샷 결과를 짐작하고는 했는데 그런 게 없어져서 어색하기는 하지만 진짜 삶을 되찾은 느낌, 제대로 숨을 쉬는 기분이 든다”고도 했다.

포털사이트 중계를 지켜본 골프 팬들의 마음도 마찬가지였다. 동시접속자 수가 지난해 일반 대회의 두 배 수준인 1만8,000명을 기록한 가운데 ‘선수들 볼 수 있어 정말 좋아요’ ‘드디어 라이브 콘텐츠! 반갑다’ ‘코로나19 안전에 더욱 신경 써서 계속 경기가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등의 응원 댓글이 줄을 이었다. 이날 주최 측은 하루 세 차례 이중항균기기를 이용해 코스 전체 방역을 실시했고 수시로 선수와 취재진 등의 체온을 측정해 기록으로 남겼다. 홀에 꽂힌 깃대와 벙커를 정리하는 고무래의 손잡이 부분에는 항균필름을 감아놓았다.
/양주=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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