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단절된 채 지루함에 잠식당할 인간이 아니다. 사람들은 일상에서 잃어버린 유희를 랜선 세상에서 재현하더니 이내 ‘보는 예술’을 ‘하는 예술’로 승화했다. 그렇게 코로나 시대의 방구석 예술가들이 탄생했다.
사람들을 참여형 예술로 끌어들인 대표적인 예는 미국 게티미술관의 ‘명작 구현 놀이’다. 게티는 지난 3월 공식 트위터를 통해 ‘가장 좋아하는 예술 작품을 고른 뒤 집 안 물건 세 가지를 활용해 작품을 재창조해 우리에게 공유해달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반응은 뜨거웠다. 발등에 그림을 그려 만든 모딜리아니의 ‘노란색 스웨터를 입은 잔 에뷔테른’, 레게 머리에 파란 두건과 진주 귀걸이를 활용해 재현한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감자로 표현한 뭉크의 ‘절규’ 등 기발한 작품이 쏟아졌다.
뮤지컬의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진행한 싱어롱 챌린지는 방구석 숨은 고수들을 대거 발굴했다. 웨버는 자신의 대표 뮤지컬 넘버를 페이스북에 과제로 공지한 뒤 사람들이 보내온 노래 영상을 자신의 반주 영상과 함께 편집해 공개하고 있다. 지금까지 오페라의 유령의 ‘싱크 오브 미’,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호산나’, 스쿨 오브 락의 ‘스틱 잇 투더 맨’, 요셉 어메이징 테크니컬러 드림코트의 ‘애니 드림 윌 두’ 등의 싱어롱 완성작이 나왔다. 특히 ‘싱크 오브 미’ 챌린지는 웨버와 오페라의 유령 주인공 크리스틴 역을 맡았던 시에라 보게스가 우승자를 뽑는 영상도 업로드됐는데 우승자로 꼽힌 영국의 무명 소프라노 겸 배우 키트 샐터케이의 실력이 큰 화제를 모았다.
경연이 뭐 그리 중요하랴. 국내에서는 집에서 예술을 배우거나 자신의 작품을 남길 수 있는 참여형 콘텐츠가 주목받았다. 국립현대무용단은 유튜브로 무용 홈트레이닝을 선보였고, 독립출판사 이후북스는 전문 작가가 함께하는 3주용 온라인 그림 그리기(1일 1그림) 모임을 2기째 진행하고 있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