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休-동국사]일제의 반성을 담아…곱게 늙은 '108세 사찰'

日 불교 조동종이 세운 국내 유일 일본식 사찰

종각 옆 참사문비엔 '일본 제국주의' 참회 담겨

일본 조동종 승려에 의해 지어진 군산 동국사는 국내 유일한 일본식 사찰이다.




전북 군산은 일제강점기 수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다. 일본식 건축물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불교사찰 동국사(東國寺) 역시 그중 한 곳이다. 전통사찰은 아니지만 일제강점기 때 국내에 세워진 수많은 사찰 중 유일하게 남겨졌다. 지난 1913년 일본 불교 종파인 조동종(曹洞宗)의 승려에 의해 ‘금강선사’라는 이름으로 창건됐다가 광복 이후 대한불교조계종 제24교구 선운사의 말사로 편입돼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사찰 안 대부분의 건축물이 100여년 전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역사적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

국내 유일의 일본식 사찰인 동국사는 군산 금광동 주택가에서 단연 눈길을 사로잡는 건축물이다. 단층 건물이지만 일반 주택들보다 높게 지어진 탓에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온다. 창건 당시 동국사의 위세를 짐작하게 한다. 도심 포교사찰을 표방하고 지어진 만큼 사찰의 영역임을 알리는 일주문이나 해탈문 같은 건축물은 따로 없다. 그저 좁은 동네 골목길을 따라가다 사찰 안내소를 지나면 바로 경내로 이어진다. 사찰 안으로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일본 사찰임을 알 수 있다. 바닥에 깔린 자갈부터가 우리 전통 사찰과 다름을 보여준다.

군산역사관에서 진행 중인 ‘수탈의 기억 종교-빛과 그림자’ 특별전에 전시된 초창기 동국사의 모습./사진제공=군산역사관


맨 처음 눈에 들어오는 것은 국가등록문화재 제64호로 지정된 대웅전이다. 전통사찰과 달리 지붕 위 용마루가 급경사를 이루며 붉고 화려한 오방색이 아닌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다. 나무부터 모든 재료를 일본에서 공수해 에도시대 건축양식에 따라 지었는데 유일하게 대들보만 백두산에서 벌채한 금강송을 사용했다. 바닥만 다다미에서 나무마루로 교체됐을 뿐 나머지는 1913년 신축 당시 모습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사찰 동국사의 대웅전과 요사채. 요사채는 고은 시인이 출가해 머물던 곳으로 ‘고은의 방’이라고도 불린다.


대웅전 바로 옆 작은 건물은 종무원 겸 스님들의 거처인 요사채로 사용하는 ‘고은의 방’이다. 1950년대 고은 시인이 주지 혜초스님의 상좌로 이곳에 머물며 불경 공부를 했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이 건물 역시 100년 전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다시 대웅전 뒤편으로 돌아가면 대나무 숲이다. 매년 5월이면 새순이 돋는 일본산 대나무가 한국의 대나무와는 확실히 구별된다.

사찰 한구석에 자리한 종각 역시 일본 전통양식으로 만들어졌다. 종각 자체가 작은데다 범종은 전통사찰 범종의 10분의1 크기에 불과하다. 본래 일본에서 만든 범종이 달려 있었는데 지난해부터는 보존을 위해 대웅전 내부로 옮기고 원래의 범종을 본떠 만든 작은 종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동국사 종은 시계가 귀하던 시절 군산 시민들에게 시각을 알려주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지금은 일년에 한 번 초파일에만 울려 퍼진다.



전북 군산시 동국사 경내에 소녀상이 설치돼 있다. 국내 유일의 사찰에 세워진 소녀상이다.


종각 옆으로는 작은 참사문비가 세워져 있다. 일본 조동종에서 발표한 공식 문서를 발췌해 새긴 비문이다. 일본 제국주의에 영합한 과거의 잘못에 대한 반성과 참회의 의지가 담겼다. 이 비문은 일본 스님들의 의지로 건립됐다. 그 바로 옆에는 군산 평화의 청동 소녀상이 세워져 있다. 소녀상이 세워진 사찰 역시 동국사가 유일하다. 국내 유일의 일본식 사찰이라는 점 때문인지 최근에는 내국인보다 일본인 관광객들이 더 많이 찾는다고 한다.

전북 군산 동국사 바로 앞에 위치한 군산역사관에서는 ‘수탈의 기억 종교-빛과 그림자’ 특별전이 진행 중이다.


사찰을 한 바퀴 돌고 나오면 군산역사관이다. 지금은 일제강점기 종교 탄압과 저항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수탈의 기억 종교-빛과 그림자’ 특별전이 진행 중이다.
/군산=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사진=성형주기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