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이 ‘협치와 견제’를 동시에 내세운 주호영 원내대표를 뽑았다. 계류법안 1만 5,000여 건으로 최악으로 불리던 20대 국회도 어떻게든 ‘유종의 미’의 흔적을 남겼다.
관심이 가는 곳은 21일부터 이틀 간 통합당 당선자 84명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 당의 진로를 두고 벌이는 당선인 워크숍(연찬회), ‘끝장토론’이다. 20대 국회를 마무리하는 동시에 21대의 길을 논한다.
최대 화두는 역시 돌고 돌아 ‘김종인 비대위’다. 탈당 후 당선인사인 홍준표·김태호·권성동·윤상현 이른바 ‘홍태상동’의 복당, 미래한국당과의 합당도 문제다.
‘김종인 비대위’ 결정한다·기한은 최소 연말 |
결론은 다시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맡는 비상대책위원회의 수용 여부다. 중도로 당을 끌어올 적임자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끝장토론에 앞서 20일 김 전 위원장을 찾아 만났다.
역시 중론은 김종인 비대위의 수용이다. 주 원내대표가 김종인 비대위를 찬성하고 원내지도부 수장에 올랐다. 현재 통합당 내에서 당헌에 명시된 8월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주장은 찾을 수 없다. 통합당은 지난해 내내 ‘반문재인’을 내걸고 장외투쟁을 했다. 통합당 인사가 다시 투쟁하기보다 외부인사이자 노련한 정치가인 김 전 위원장이 당을 수습하는 게 낫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 영남권 중진 의원은 “김 전 위원장의 나이가 많다고들 하는데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되는) 박찬종 전 의원, 김황식 전 총리도 마찬가지”라며 “문재인쪽과 일해본 노련한 김 전 위원장이 당을 재정비하는데 동의한다”고 했다.
문제는 시기다. 애초에 김 전 위원장은 내년 4월 재보궐선거 전까지 당 대표의 권한을 행사하는 비대위원장을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선자들은 연말과 2월을 말한다. 모두 내년 재보궐선거 때 김종인 비대위가 공천권을 휘두를 수 없는 선택지다.
김종인 '재보궐 공천권' 요구, 비대위 거절 땐 후폭풍 |
끝장 토론에서 김종인 비대위를 수용해도 반전을 맞을 수 있다.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를 거부하는 것이다. 이미 지난달 28일 통합당이 전국위원회를 열고 김종인 비대위를 의결하자마자 김 전 위원장은 “추대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즉각 거부했다.
현재 전국위에서 의결된 김종인 비대위는 당시 상임전국위가 정족수 미달로 열리지 않아 일단 김종인 비대위는 4달 한시 조직이다. 이를 다시 당선인들이 총회를 열고 12월 또는 2월까지 6~8개월을 맡긴다 해도 김 전 위원장이 수용할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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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보수진영의 유력 대권 주자인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김 전 위원장을 향해 “노욕에 찬 발언들을 보면서 당이 이러다가 풍비박산 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다”며 “이제 그만 공적 생활을 정리하고 정계에 기웃거리지 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홍 전 대표의 저격에 김 전 위원장의 이미지와 명분도 퇴색됐다는 것도 당내에서는 인정하는 분위기다. 한 초선 의원은 “당이 추대를 하려면 상처를 주지 말았어야 했는데 모셔놓고 (나가신 분이) 오염시켰다”며 “그렇지만 더 나은 대안이 없다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만약 김 전 위원장이 당선자들이 뜻을 모은 비대위원장직을 다시 거부를 한다면 통합당은 내홍을 피할 수 없다. 외부 인사에 삼고초려 끝에도 거절당한 굴욕을 맛본다. 김 전 위원장은 주 원내대표를 만나 “임기를 3월까지 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4월 재보궐선거 공천권을 쥐고 당을 쇄신하겠다는 뜻이다. 이날 끝장토론에서 이 문제를 두고 또 격론이 오갈 전망이다.
홍준표 “품격 찾을 때 아냐” 거센 싸움 예고 |
김종인 비대위가 출범해도 문제다. 반드시 ‘홍·태·상·동’의 복당 문제와 부딪힌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대선에 출마한 대권 주자들을 향해 “시효가 끝났다”는 평가를 언론 인터뷰에서 남겼다. 이는 홍 전 대표, 유승민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해당하는 말이다.
그리고 한 언론은 칼럼에서 말은 인용해 “김종인은 ‘홍준표가 통합당의 대선 후보가 되면 당이 망한다. 그러니 대선 후보가 정해질 때까지 홍준표를 입당시키면 안 된다’는 생각이 분명하다”고 전했다.
‘70년대생·경제통’ 대선 후보를 거론한 김 전 위원장이 열린 마음을 가진다 해도 본인을 ‘뇌물 인사’, ‘노욕’으로 저격한 홍 전 대표와는 화합할 수 없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총선에서 참패한 당을 재건하기 위해 비대위가 들어섰다. 그런데 다시 유력 대권 주자와 싸운다면 지지를 얻기 힘들다.
이 때문에 통합당은 ‘선(先) 비대위·(後) 복당’을 말하고 있다. 한 중진은 “당이 어려울 때 요청을 거부하고 무소속으로 나가신 분들을 바로 받으면 당의 체계가 우스워지지 않겠느냐”면서 “당을 수습하고 최종적으로는 대권을 위해서 뭉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홍 전 대표는 끝장 토론을 앞둔 20일 페이스북에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홍 전 대표는 “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이 한가하게 품격을 찾을 때인가 되묻고 싶은 요즘”이라고 밝혔다. “다시 거친 광야에 나설수 밖에 없는 내 입장으로서는 야당의 품격 보다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채택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어떤 의미가 담겨있든 여의도로 복귀하는 21대 국회에서 조용한 행보 대신 적극적인 자기 정치를 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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