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 카드’를 꺼내 든 가운데 북한의 무력도발이 비핵화 협상의 레드라인(금지선)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가 될 수도 있다는 핵 전문가의 관측이 제기돼 주목된다.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미국의소리(VOA)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와 관련 “핵 관련 메시지가 담기지 않으면 별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며 “장거리 대륙간탄도미사일, 혹은 우주 발사체 발사가 이런 목적에 부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탄두가 실린 재진입체가 대기권으로 되돌아오는 실험을 할 경우 보다 직접적인 메시지가 되겠지만, 안정적인 운반 시스템을 완성하고 배치하는 데 중요한 과정인 이런 실험을 북한이 이미 했다는 강력한 증거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비핵화 협상에 진전된 태도 변화를 이끌기 위해 눈에 띄는 방식으로 핵 역량을 과시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핵전쟁 억지력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방침과 관련해, “북한은 이런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해 일부러 적들의 눈에 띄고 분석을 유도하는 행동을 할 것”이라며 “핵물질, 즉 고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눈에 띄는 방식으로 추가 생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영변 5MW 원자로와 관련해서는 “최근 몇 년 간 가동되지 않았지만 가동에 필요한 충분한 연료를 확보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그렇게 할 경우 위성에 즉각 포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북한은 재처리 공장 가동 준비도 위성사진에 그대로 드러내 메시지를 더욱 분명히 (미국에) 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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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몇 년째 공사 중인 실험용경수로(ELWR)의 상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만약 가동 준비가 안 됐다면, 추가 작업을 통해 플루토늄 추가 생산을 국제사회에 보여주는 다른 신호를 강화할 것”이라고도 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북한이 우라늄 농축공장과 다른 농축 의심 시설의 가동을 알릴 수 있는 육불화 우라늄(uranium hexafluoride) 컨테이너의 이동을 고의로 노출할 수 도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북한의 핵 실험 카드가 미국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낼 지는 미지수라고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평가했다. 그는 “북한이 핵실험 카드도 분명히 쥐고 있지만, 이미 몇 차례 핵실험을 한 상황에서 이는 그리 매력적인 방안이 아니다”라며 “새 핵실험장을 이미 건설하지 않았다면 노후화된 풍계리 핵실험장의 안전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7기 4차 확대회의를 열고 핵전쟁 억제력을 강화하고 무력기구의 편제를 개편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북한 매체는 이날 “국가방위력과 전쟁억제력, 무장력을 비약시키기 위한 군사적 대책, 조직 문제를 논의하고 불합리한 기구와 편제 조정, 새로운 부대를 조직·편성했다”며 “나라의 핵전쟁 억제력을 한층 더 강화하고 전략 무력을 고도의 격동상태에서 운영하기 위한 새로운 방침들이 제시됐다”고 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강경책보다는 협상을 통한 해결을 거듭 강조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4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의 핵전쟁 억제능력 강화 발언과 관련 “우리는 지켜봐야 한다”며 “내 말은 우리는 지난 3년 반 동안 북한과 갈등을 피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뛰어난 개인적 외교에 관여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궁극적으로 북한이 세계에 다시 진입하고 훌륭한 경제를 갖기 원한다면, 그리고 나는 그들이 그렇게 하길 희망한다”며 “그들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따라서 우리는 북한과 계속 대화할 것이고 김정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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