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후원금 유용 의혹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을 향해 날선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윤 당선인을 옹호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여성단체와 일부 언론 등을 정조준했다.
진 전 교수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미향 편들고 나선 여성단체들은 ‘대체 뭐가 문제인지’ 전혀 모르고 있다”며 “(이용수 할머니가) ‘배후세력’이니, ‘토착왜구’니 떠드는 것은, 이들이 할머니가 던지는 메시지를 수용하는 데 철저히 실패했다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심각한 것은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처음부터 철저히 ‘진영’의 관점에서 이 문제에 접근했다”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이같은 상황에서 요구되는 세 가지 태도를 제시했다. 진 전 교수는 “(1) 문제 상황에 대한 인지, (2) 그에 기초한 새로운 운동의 노선과 방식, (3) 그 개혁을 추진할 주체(가 필요하다)”며 “지금은 이 세 가지가 다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또 앞으로 이들이 ‘윤미향 사태’를 해결하는 방식은 ‘시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진 전 교수는 “아마 상황이 적당히 수습되고, 시간이 흘러 다들 이 사건을 잊어버릴 때가 되면,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거라고 믿을 것이고, 그걸 희망할 것”이라며 “거기서 사라지는 것은 할머니의 목소리. 또 다시 묻혀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툭하면 “30년 운동”이 어쩌구 하는데, 그 30년은 할머니들의 역사이지, 자기들이 가로챌 역사가 아니다”라며 “설사 그 30년이 온전히 자기들 거라 해도, 그 활동가들의 30년 노력이 할머니들의 80년 고통보다 무거울 것 같지는 않다”고 날을 세웠다. 또 “사실 할머니가 우리 사회에 아주 어려운 ‘과제’를 던졌다”며 “그 윤곽을 그리는 것조차 엄두가 안 나서 포기했을 정도로 복잡하고 섬세한 논의가 요구되지만, 거기엔 아무도 관심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또 다른 글에서 이 할머니를 ‘물에 빠져 보따리 내놓으라고 하는 사람’으로 표현한 한 매체의 만평도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아주 사악한 만평”이라며 “물에 빠진 사람 구해주니 보따리 내놓으라고 한다는 거죠? 여기에 운동을 바라보는 윤미향 부류의 시선이 잘 나타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안부 운동은 자기들이 물에 빠진 할머니들에게 시혜를 베푸는 활동이라는 얘기, 한 마디로 할머니들을 자기들이 거두어준 불쌍한 곰 정도로 보는 것”이라며 “그러니 시키는 대로 재주 부리고, 주는 대로 사료나 받아먹을 일이지, 감히 인간의 식탁에 기어올라 의원까지 먹으려 하면 안 된다는 거죠. 심미자, 이용수 할머니가 어느 대목에서 한이 맺혔는지 알 것 같다”고 날을 세웠다.
앞서 진 전 교수는 전날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어용상’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의 친정부적 태도를 비판한 바 있다. 그는 “34개 여성단체에서 진상도 파악하기 전에 일단 스크럼부터 짜고 집권 여당의 당선자를 옹호한다”며 “이런 문제가 터지면 외려 여성단체에서 할머니 편에 서서 정의연을 향해 모든 것을 투명하게 해명할 것을 촉구하는 게 맞지 않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요즘 어용 단체, 어용 매체들이 극성을 부린다”면서 “과거에도 어느 정도 편파성은 있었지만, 권력을 잡아 이권에 가까워져서 그런지, 요즘은 단체든, 매체든 충성경쟁을 하듯 노골적으로 당파적”이라고도 적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