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처리로 미중 전면전이 가시화한 가운데 북한이 중국의 입장을 지지해 주목된다.
이는 미중 간 신냉전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향후 대중 관계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시진핑 중국 주석 역시 북한 비핵화 문제는 향후 미국과의 협상에서 외교적 카드로 활용될 수 있는 만큼 양국은 우호 관계를 여러 차례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21∼27일 열린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전국위원회 회의 내용을 소개하며 “위원들이 국가 안전수호를 위한 홍콩 특별행정구의 법률제도 및 집행 체제를 수립하고 완비하기로 한 전국인민대표회의의 결정 초안을 전적으로 찬성하고 지지했다”고 29일 보도했다.
북한이 중국 정협 소식을 전하면서 개별 안건에 대한 찬반 기류를 다룬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해 중앙통신은 정협 전국위원회 회의 소식을 전하면서도 개별 안건은 소개하지 않았다. 홍콩보안법은 중국 정보기관이 홍콩에 상주하면서 반(反) 중 인사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2일 전인대 개막식에서 공개됐고 28일 초안이 의결돼 미중 간의 외교 현안으로 떠올랐다. 자유 민주주의 진영으로 분류되는 일본과 호주, 영국 등은 홍콩보안법에 대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이처럼 홍콩보안법 문제가 미중이 세를 과시하는 진영논리에 빠지면서 관련국들은 선택의 순간을 맞고 있다. 중국에 경제 의존도가 높은 북한이 중국의 편을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평가된다. 실제 북한 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한국무역협회가 20일 내놓은 ‘2019년 북한-중국 무역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무역에서 중국의 비중은 2015년 59.3%에서 2016년 84.4%로 크게 늘었고 2017년 92.3%, 2018년 91.7%로 조사됐다. 지난해 월별 북·중 무역은 1월과 2월에는 전년 같은 달보다 각각 13.0%와 4.8%가 감소했지만. 3월 37.9% 급증하며 반등한 뒤 연말까지 증가세가 계속됐다. 보고서는 “강력한 대북제재에도 북한의 대중 무역이 지속하면서 지난해에는 오히려 증가한 것은 제재가 강화될수록 북한의 대중 무역과 경제 의존도가 심화하는 구조라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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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향후 미중 패권 전쟁이 확산될 경우 중국의 여론전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중앙통신은 지난 25일에도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을 인용해 “홍콩특별행정구의 입법 문제는 순수 중국 내정에 속하므로 어느 나라도 간섭할 권리가 없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반면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은 침묵을 이어가며 ‘전략적 모호성’ 노선을 이어가고 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홍콩은 우리하고 밀접한 인적 ·경제적 교류관계를 갖고 있는 중요한 지역”이라며 “일국양제하에서 홍콩의 번영과 발전이 지속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했다. 외교부의 고위 당국자도 홍콩 보안법과 관련 중국에 문제 제기를 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말을 아끼는 등 정부는 해당 이슈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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