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성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기지의 장비가 교체된 가운데 한국·미국·중국의 외교관계에 변화가 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우리 정부는 “장비교체 전 중국에 설명을 했고, 중국 정부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는 사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 향후 한중 외교관계가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방부와 주한미군은 지난 28일 밤부터 29일 오전까지 사드 기지의 운용시한을 넘긴 요격미사일을 교체했다.
국방부는 요격미사일은 기존에 있던 미사일과 같은 종류로 동일한 수량만큼 교체됐고,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사드 성능개량과는 무관하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수송작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인적 접촉을 줄이기 위해 야간에 진행됐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장비수송이 기습적으로 이뤄져 논란이 예상된다. 교체되는 장비가 성주에 들어오기 전날부터 기지 주변에 수백 명의 경찰이 배치되고 차량 이동 등이 포착되면서 사드 기지에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이 집결해 밤샘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주민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성주기지 사드 장비 수송 건은 중국에 미리 설명하고, 양해를 충분히 구했다”며 “(중국 측에서) 부정하거나 (반응이) 나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부의 설명과 달리 중국 외교부는 사드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사드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미국은 중국의 이익을 해치지 말고 중국과 한국의 관계를 방해하지 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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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중국과 한국은 사드 문제의 단계적 처리에 명확한 공동인식이 있다”며 “우리는 한국이 공동인식을 엄격히 준수해 사드 문제를 적절히 처리하고 중한관계 발전과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드 장비 수송작전은 홍콩 국가보안법 등으로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뤄져 한중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더욱이 사드 문제는 중국 최고지도자인 시진핑 주석이 직접 철수를 언급한 중요 사안인 만큼 한중 간 외교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국방부의 설명과 달리 한미가 이번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 등을 논의했을 경우 중국은 더욱 강하게 반발할 수도 있다.
실제 미 국방부는 2월 “성주에 배치된 사드 부대 관련 공사비 4,900만달러(약 580억원)를 한국 정부가 분담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외교가에서는 이를 두고 미국이 성주의 사드 발사대를 전진 배치하기 위한 움직임이 아니냐고 분석했다. 사드 부대가 전방으로 이동할 경우 중국은 ‘안보위협’을 이유로 한국에 경제보복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우려와 달리 이번 사드 장비 교체로 인해 한중관계가 갑자기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미중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사드 문제에 강경하게 대응해 한국과 갈등을 확대하는 것은 중국의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미국과 홍콩 보안법 문제를 두고 충돌하는 중국 입장에서도 우군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중국은 한미일 연대에서 한국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여 위기를 돌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정욱·박우인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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