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지구를 떠난 유럽우주국(ESA)의 태양 탐사선 '솔라 오비터'(SolO)가 내달께 태양에 근접하는 아틀라스 혜성의 꼬리를 근접해 통과한다. 연구진은 서둘러 관측을 준비하는 등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유럽우주국에 따르면 수성과 금성 사이 궤도에서 탑재된 장비를 시운전하며 본격 탐사를 준비 중인 솔라 오비터는 31일에서 내달 6일 사이에 태양에 근접하는 아틀라스 혜성(C.2019 Y4)의 꼬리를 약 4,400만㎞ 뒤에서 통과하는 진귀한 기회를 갖게 됐다.
태양 반대편에 형성되는 혜성의 이온 꼬리는 31일부터 1일 사이, 혜성 궤도 뒤에 만들어지는 먼지 꼬리는 6일께 지날 것으로 예상됐다. 솔라 오비터 발사 당시 아틀라스 혜성을 만나게 될 줄은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이달초 유럽우주국 혜성 요격 연구책임자인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지레인트 존스 교수가 이를 파악해 관측 준비에 들어갔다.
솔라 오비터에는 태양을 원격 관측하고 탐사선 주변의 하전입자 등을 측정하기 위한 10대의 과학 장비가 탑재돼 있다. 이중 자력계와 태양풍 분석기 등 주변 측정 장비 4대는 혜성 꼬리의 먼지 알갱이와 하전입자를 분석하는 데 충분히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유럽우주국은 전망하고 있다.
우주 탐사선이 혜성을 우연히 지나친 것은 지금까지 여섯차례 있었지만 모두 사후에 알았다. 사전에 이를 예측하고 관측을 준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솔라 오비터는 내달 15일까지 시운전을 마치는 것으로 계획돼 있었으나 혜성 꼬리를 통과하는 드문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탑재된 과학 장비를 서둘러 준비하고 있다.
솔라 오비터가 아틀라스 혜성의 먼지 꼬리를 통과할 때 작은 먼지 알갱이가 초속 수 킬로미터의 속도로 탐사선에 충격을 가할 수 있지만 위험할 정도는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996년 태양탐사선 율리시스가 햐쿠타케 혜성의 꼬리를 우연히 통과한 것을 4년 뒤 처음으로 확인한 뒤 이 분야를 연구해 온 존스 교수는 "혜성과 조우할 때마다 이 흥미로운 천체에 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된다"면서 "솔라 오비터가 아틀라스 혜성의 꼬리를 통과하며 혜성의 존재를 확인한다면 혜성이 태양풍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대해 이해를 넓히고 먼지 꼬리에 대한 예측 모델이 옳은지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틀라스 혜성은 지난해 12월 말 처음 관측된 뒤 5월 밤하늘에서 맨눈으로도 볼 수 있을 만큼 밝아 금세기 가장 밝은 혜성으로 기록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태양에 근접하면서 여러 조각으로 쪼개지고 빛을 잃어 관측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아틀라스 혜성은 31일 중에 태양에 3,700만㎞까지 접근하며 근일점(태양과 가장 가까운 지점)에 도달하게 된다.
솔라 오비터는 시운전이 끝나고 본격 탐사를 시작하는 내달 15일에 태양에서 7,700만㎞ 떨어진 첫 근일점에 도착하며 궁극에는 수성 궤도 안쪽인 약 4,200만㎞까지 태양에 접근하며 사각지대였던 태양 극지를 탐사할 예정이다.
/강신우 see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seen@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