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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 청산은 '미몽'을 깨부수는 것"...어느 가족사로 본 獨의 회고록

■[책꽂이-나는 독일인입니다]

노라 크루크 지음, 엘리 펴냄

정체성 혼란 겪는 전후(戰後) 2세대

가족사이자 조국에 대한 고백 담아

과거사 청산 숙제로 남은 우리에도

후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중요

독일은 두 번의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의 당사국이라는 역사를 짊어지고 사는 나라다. 독일인으로 산다는 것은 일제강점기를 겪은 우리로서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상력에 도전하는 일인지 모른다.

신간 ‘나는 독일인입니다’는 나치 정권 시절에 얽힌 독일인의 비극적인 가족사이자 현재를 살아가는 전후(戰後) 독일인 2세대의 회고록이다. 뉴욕파슨스 디자인스쿨 부교수인 노라 크루크는 자신의 가족사를 통해 나치시대 이후의 독일인 2세대의 복합한 내면의 세계를 면밀히 드러냈다. 책은 그래픽 서사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나치 독일의 역사에 얽힌 가족사의 진실을 다큐멘터리처럼 펼쳐 보인다.

신간 ‘나는 독일인입니다’에 삽입된 노라 크루크의 ‘엄마쪽 가계도’./사진제공=엘리




독일 남부의 소도시에서 태어난 저자는 미국 유학 도중 우연히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유대인의 사연을 접하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기 시작한다. 상대가 홀로코스트 생존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자신의 독일 억양을 감추고 살아가던 저자는 유대인과 결혼한 후로 독일인이라는 정체성을 외면하는 대신 진실과 마주하는 여정을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누구나 나치가 될 수 있었던 시기, 자신의 조부모는 어떤 삶을 택했는가에 대한 물음으로 시작된 이 여정에서 저자는 할아버지가 나치 당원이었고, 삼촌은 이탈리아에서 사망한 독일군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저자는 때로 그들을 비난하고, 때로는 그들의 죄를 면죄받고 싶은 유혹에 시달리면서도 가족사이자 조국의 과거에 대한 솔직한 고백을 담담히 이어간다.

신간 ‘나는 독일인입니다’의 저자이자 주인공인 노라 크루크(사진 맨 앞줄 왼쪽)의 어릴 적 가족사진./사진제공=엘리


책은 ‘아우슈비츠 교육’이라고 불리는 과거청산 교육을 받은 세대에게 나치 과거가 어떻게 이해되고 수용되었는지를 보여준다. 과거청산 교육을 받았지만 가족사로서의 과거는 해결하지 못한 독일의 전후 2세대는 불안한 시대적 자아와 맞닥뜨리며 정체성 위기를 겪고 있지만, 그 과정이 있기에 다 밝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음을 이 책은 보여준다. “과거청산이란 과거에 종결점을 찍고 가능하면 그것 자체를 기억에서 지워버리는 것이 아니라 지나간 것을 진지하게 정리하고 밝은 의식으로 과거의 미몽을 깨부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책은 우리 자신과 역사를 돌아보게 한다. 그 시대의 또 다른 가해자였던 일본의 역사 부정·왜곡으로 인해 우리에게는 아직도 과거사가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책은 전 세계 14개국에 번역돼 그해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과 독일 슈바르트 문학상, 영국 빅토리아 앤드 알버트 뮤지엄 선정 ‘2019 북일러스트상’ 등을 수상했다. 뉴욕타임스, 가디언 등 여러 매체에서 2018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만2,000원.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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