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기준과 현황을 요구한 것은 기업의 해고 여부를 직접 챙김으로써 ‘총고용유지’가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겠다는 얘기다. 민주노총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이 해고 등 구조조정을 하지 못하도록 정부가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 관련 법 통과 과정에서 강제 조항이 대폭 완화된 것에 우려를 표시해왔다.
민주노총이 이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이 같은 요청을 한 것은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적극적인 해고 금지투쟁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재계는 경기침체 국면에서 불가피한 구조조정은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노사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5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이 40조원의 기안기금과 관련해 가장 문제로 여기는 부분은 한국산업은행법 29조의5다. 개정안 원안에서는 자금 투입을 결정하는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심의회가 고용유지 수준을 결정하고 근로자와 경영자가 노력해야 할 사항을 조건으로 부과할 수 있었다. 다만 정무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일정 수준으로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근로자와 경영자가 함께 노력할 것’이라는 문구로 대폭 완화됐다.
민주노총은 정치권이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공적자금을 받은 기업이 고용유지라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정부와 국회가 견인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4월 “국민의 세금을 모아서 기업을 도왔는데 책임을 묻지 못하게 하는 내용으로 뒤집힌 것”이라며 “기간산업 자금 조성은 의미를 상실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대통령이 4월22일 기간산업 지원을 발표할 때는 명확하게 고용유지를 전제로 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는데 산은법을 개정할 때 제외됐다”며 “대기업에 지원하더라도 고용유지 전제를 분명히 하라고 했는데 오리무중이어서 투명한 공유가 필요하다고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계는 경제 침체 국면에서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해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 위기가 온 상황에서 불가피한 구조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며 “노동계도 임금삭감을 해고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이해해야 한다. 해고만 하지 말라는 것은 이기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관계자는 “(총고용유지라는) 약속을 위반한 것”이라며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기업에는 공적자금을 지원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실제 해고 등 구조조정이 단행되면 파업 등 노동 투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은 기안기금 현황 공유 외에도 간접고용근로자·특수근로종사자(특고) 등 전체 근로자의 고용유지와 생계소득 보장 방안 마련, 원격의료 도입 중단 등을 요구했다. 특히 사회안전망 구축 등에 필요한 재정을 확충하기 위해 소득세·종합부동산세·금융소득종합과세 등을 인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홍 경제부총리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 회의에서 큰 틀의 대타협을 타결해달라고 김 위원장에게 당부했다.
/변재현기자 세종=나윤석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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