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부각된 리쇼어링(제조업의 본국귀환)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혁신이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고 이를 성장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단순히 서플라이체인(공급망)을 조정하고 기업들의 U턴을 종용하기보다 업체들이 스스로 돌아올 수 있게 하는 혁신 생태계를 만드는 게 우선이라는 뜻이다.
8일(현지시간) 온라인으로 개막한 ‘BIO USA 2020’의 ‘코로나19 시대의 국제무역’ 세션에서는 이 같은 주장들이 나왔다.
글로벌 제약사 머크의 제프 메이 부사장은 “몇 년 전만 해도 미국의 아일랜드에서 수입하는 의약품 원료비중은 1%였지만 지금은 30%에 달한다. 이는 아일랜드 정부의 제조 장려정책 때문이며 배울 부분이 있다”면서도 “(이것을 미국에서 만들기 위해) 중요한 것은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생태계를 지속하게 하고 이를 성장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비교우위를 갖고 있지만 이를 더 강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메이 부사장은 기존의 공급망 이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미국은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마스크를 비롯한 개인보호장비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큰 사회문제가 됐다.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는 생산을 두 배로 늘리고 이를 유통할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하다”며 “솔직히 제조시설 이전하는 것은 실현 불가능하며 이를 하려고 하면 수년이 걸리고 많은 돈이 든다”고 지적했다.
美 수출규제시 다른 나라에 그린라이트...공급망 문제 무역으로 풀어야 |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미국에 제조시설을 둔 분야도 공급부족에 시달렸다는 점도 맹목적인 리쇼어링을 반대하는 근거다. 케이스 로크웰 세계무역기구(WTO) 이사는 “무역이 공급망 문제의 해결책이라는 커틀러 전 대표의 말에 동의한다”며 “코로나19 때 미국에서 생산돼도 공급 부족 품목이 많았다. 집 밖으로 일하러 나갈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육가공 공장 직원들이 대거 코로나19에 감염돼 가동이 중단되면서 웬디스 같은 패스트푸드 체인에서는 소고기가 부족해 햄버거를 팔지 못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로크웰 이사는 “기업들이 다른 곳에서 생산하는 게 타당하다면 그런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어쨌든 지금은 기술과 3D 프린팅, 로봇, 인공지능(AI)을 포함한 다양한 요소 때문에 (공급망을 재편하는) 전환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기업들은 첨단경제 시대에 도전적인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잘 훈련된 인력을 찾기가 힘들다고 한다”며 “코로나19가 가져다 준 고민거리 가운데 하나는 사람들을 교육하고 훈련시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외에 있던 제조시설을 다시 가져 오려고 해도 그 전에 충분한 인력양성이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리쇼어링을 독려하기 위해서는 인센티브가 중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스콧 폴 미국 제조업 연합회 회장은 “혁신과 인력훈련이 수반돼야 하지만 기업들이 돌아오기 위해서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며 “의약품 제조시설이 돌아오기 위해서는 정부가 최대 구매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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