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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문학이 낳은 돈, 블룸스데이

1904년 제임스·노라의 첫 만남

블룸스데이를 맞아 1904년의 모자와 복장을 갖추고 더블린을 도는 관광객이 서로 인사하고 있다./위키피디아




‘싫은 사람에게 선물하기 좋은 책’, ‘소설을 끝장내버린 소설’. 아일랜드 출신 작가 제임스 조이스가 1922년 파리에서 출간한 소설 ‘율리시스(Ulysses)에 대한 평가다. 난해하기로 악명 높다. 일단 어휘가 많다. 2만 9,899개로 이 중 1만 6,432개는 단 한 번 만 쓰였다. 성서 6,568개, 세익스피어의 2,100개보다 훨씬 많다. 영어와 게일어(아일랜드 고유언어)는 물론 18개 언어가 등장하고 조이스 문장의 특징인 합성어도 1,200여 개나 나온다. 품사 전환에 고어, 폐어(사라진 언어), 세속비어, 은어도 수두록하다.

오죽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은 독자보다 석·박사 학위논문이 많은 책’이라는 우스개 소리까지 나왔을까. 난해해도 사람들은 소설 율리시스를 아는 척하는 경우가 많다. 뻐기기 위해서다. 백치미의 대명사인 1950년대 미국 여배우 마를린 먼로가 즐겨 들고 다닌 책이 율리시스다. 어려운 책인데도 율리시스의 생명력은 어느 소설보다 강하다. ‘조이스 산업’도 있다. 해마다 6월16일(블룸스데이)이면 더블린에서는 조이스 연구자와 독자들이 당시 유행하던 옷을 입고 소설의 흔적을 더듬으며 여기저기를 누빈다. 조이스와 동시대 사람이 되기 위해 애쓰는 21세기라니.



왜 6월 16일인가. 소설 출발 시각이 1904년 이날 오전 8시다. 젊은 주인공 스티븐 디덜러스가 얘기를 시작하고 또 다른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이 부인과 딸을 위한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게 이 시각이다. 두 주인공이 다음날 새벽 2시까지 18시간 동안 겪었던 일이 소설의 내용이다. 조이스는 율리시스의 영감을 고대 그리스 서사시인 호머의 ‘오딧세이’와 평생의 반려 노라 바나클에서 얻었다. 1904년 6월 16일은 20세 동갑인 두 사람이 첫 데이트를 가진 날이기도 하다.

초등학교 임시 교사로 지내던 조이스는 더블린에서 노라를 보자마자 빠져들었다. 고국에 대한 사랑과 절망, 어머니의 죽음에 방황하던 천재 소설가는 노라 덕분에 안정을 찾았다. 22살에 노라와 함께 고국을 등지고 평생 유럽을 떠돌았으나 ‘더블린 3부작’(젊은 예술가의 초상, 더블린 사람들, 율리시스)이라는 대작을 토해냈다. 우리 같으면 유명 대학에서 촉망받던 천재 문학도가 초등학교만 나온 하녀와 평생을 같이 갈 수 있을까. 편 가르기가 기성세대 뺨치는 젊은이들의 세태에 한숨이 나온다. 사족. 율리시스보다 훨씬 어려운 작품도 있다. 조이스가 1939년 발표한 ‘피네건의 경야’에는 이런 평가가 따른다. ‘65개 언어로 지어진 지옥’.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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