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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다시 제주]놀멍, 쉬멍, 걸으멍…'일상의 멍울'을 지우다

물뫼힐링팜서 녹차 한잔에 노마드 투어

빽빽한 원시림 헤치며 오프로드 드라이빙

크고 작은 360여개 오름 오르락 내리락

해질녘 서귀포 새연교 따라 섬길 한 바퀴

자연속으로 느긋이 들어가는 '힐링여행'

물뫼힐링팜 코스 중간 물뫼저수지 위로 파란 하늘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학창시절 수학여행지나 신혼여행지로 선택했던 곳. 국내에서 가장 이국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 한때는 중국인 관광객들에 밀려 내국인의 발길이 끊겼던 곳. 그리고 초여름 햇살이 따가워지기 시작하면 늘 생각나는 곳. 우리에게 제주도는 소중한 추억과 기억을 간직한 곳이자, 온전한 휴식에 대한 갈망이 담긴 공간이다. ‘놀멍, 쉬멍, 걸으멍(놀며, 쉬며, 걸으며 제주 방언)’이라는 말처럼, 제주 여행길은 느긋하게 자연 속으로 들어가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새로운 용기를 얻기 위한 여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제주 여행법은 이전과 달라졌지만, 제주에서의 시간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더욱 커졌다.

제주시 애월읍 수산리 물뫼마을에 있는 수령 400여년 된 ‘곰솔’. 겨울에 눈 덮힌 소나무가 물가에서 보면 마치 백곰이 물을 마시려고 웅크려 있는 모습 같다고 해서 곰솔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제주시 애월읍 수산리 ‘물뫼힐링팜‘은 시골 마을길을 둘러보는 코스다.


코로나19 이후의 첫 제주 여행에서 처음 찾은 곳은 제주국제공항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제주시 애월읍 수산리 ‘물뫼힐링팜’이다. 바닷가 안쪽에 위치한 이곳은 관광객들에게는 생소한 한적한 시골 마을이다. 코로나19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긴 사이 이전에는 별 관심을 끌지 못했던 작은 시골 마을이 자연치유센터로 재탄생했다.

‘살다가 보면/ 넘어지지 않을 곳에서/ 넘어질 때가 있다(이근배 시인의 ‘살다가 보면’)’라는 글귀가 새겨진 시(詩)비를 따라 마을로 들어서면서부터 치유의 시간은 시작된다. 현무암으로 쌓은 ‘밭담’을 따라 걷다 스트레칭을 하고, 밭에서 유기농 옥수수를 따고, 숲으로 들어가 요가 매트 위에 누워 녹차를 마시며 명상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누구의 방해도 없이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코스에 따라 유기농 농산물로 만든 힐링푸드와 노마드(Nomad·유목민) 투어, 제주 한 달 살기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힐링’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지난 2008년에 문을 연 물뫼힐링팜은 주로 외국인들이 선호하던 곳이지만 코로나19 이후 내국인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물뫼힐링팜 프로그램 중 오름 위에서 매트를 깔고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은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물뫼힐링팜 프로그램 중 어디서 하늘을 올려다봐도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바닷바람을 맞고 자란 소나무 위로 맑은 하늘이 펼쳐져 있다.


치유의숲 초입에 자리한 ‘노고록헌숲’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완만한 코스다.


치유의숲은 ‘노고록헌숲‘ 코스에는 데크가 깔려 있어 누구나 걸을 수 있다.


제주의 자연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고 싶다면 화산이 빚은 오름을 둘러볼 차례다. 제주에는 크고 작은 오름 360여개가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제주도를 ‘오름의 왕국’이라 부르기도 한다. 한라산 중턱에 자리한 서귀포시 ‘치유의 숲(174㏊)’은 ‘시오름’ 일대에 자리한 원시림이다. 해발 320~760m에 조성된 숲길에서 청정 제주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방문자센터 초입부터 시작되는 ‘노고록헌숲(250m 구간)’은 ‘여유 있는’이라는 의미의 제주 방언으로 완만한 숲길을 천천히 걷는 코스다. 전 구간에 데크가 깔려 있어 휠체어와 유모차를 끌고 둘러볼 수 있다. “숲길은 맨발로, 그리고 천천히 걸어야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산림치유지도사의 안내대로 중간중간 의자에 앉아 쉬거나, 누워서 낮잠을 청해도 좋다. 조용히 숲길을 걷다 보면 새 지저귀는 소리, 바람에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까지 선명하게 들려온다. 코스의 마무리는 숲을 빠져나오면서 하는 족욕이다. 삼나무로 만든 족욕기 안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정신이 맑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총 15㎞ 구간인 치유의 숲 안에는 ‘가멍오멍 숲길’ ‘가베또롱 치유의숲길’ ‘숨비소리 치유숲길’ 등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총 10개의 코스가 마련돼 있다. 단, 비 온 뒤에는 습도가 너무 높아진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치유의숲 안에는 곳곳에 의자가 설치돼 있어 앉거나 누워서 쉬었다 갈 수 있다.




치유의숲 안쪽에는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나무판에 소망을 적어 걸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제라진캠프 오프로드 체험 중 만난 화산폭발로 생긴 웅덩이 빌레못.


액티비티 체험을 원한다면 오프로드 드라이빙 체험만큼 짜릿한 경험도 없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제라진캠프’는 걷기도 힘든 험로를 오프로드 차량으로 달리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전문 오프로더가 운전하는 차량에 탑승해 현재 말 농장으로 쓰이는 오름 일대를 둘러보는 코스다. 거문오름 일대는 제주 오름 중 유일하게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곳으로, 고려 시대부터 이곳에서 제주말을 풀어 키웠다고 한다. 천 년 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원시 자연림을 오프로드 차량으로 달리면 웬만한 놀이기구보다 몇 배는 더 짜릿하고 강렬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코스 중간에 무리 지은 말들을 만나기도 하고, 화산폭발로 생긴 웅덩이인 빌레못도 볼 수 있다.

제주 자연 속에서 즐기는 오프로드 체험.


서귀포항 앞 새섬으로 연결된 새연교.


제주 바다를 제대로 조망하려면 서귀포항으로 가자. 서귀포항에서 새섬을 잇는 새연교가 개통돼 물때에 상관없이 다리 건너 섬까지 도보로 이동할 수 있다. 산책로를 따라 섬을 한 바퀴 둘러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여 분이면 족하다. 새섬에서는 이중섭의 작품 ‘섶섬이 보이는 풍경’에 등장하는 섶섬과 아름다운 서귀포 바다를 한꺼번에 볼 수 있고, 5~9월에는 저녁마다 야간콘서트와 분수쇼가 볼거리를 더한다. 서귀포항은 제주 올레길 6코스가 끝나고 7코스가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하니 올레길 트래킹족이라면 인근 매일올레시장과 천지연폭포, 칠십리 음식특화거리까지 함께 찾아보기를 권한다. 해 질 녘 새연교 뒤로 지는 일몰이 장관인 이곳은 한국관광공사 ‘야간관광 100선’에 꼽히기도 했다. /글·사진(제주)=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서귀포항 앞바다는 일몰이 장관이다.


서귀포항 새연교에서 바라본 제주 앞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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