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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럼 2020] "논문 한편보다 중요한 것은 '괴짜' 양성…실패를 허용하라"

■주제강연-스티브 그래닉 IBS 단장의 '초격차 전략'

스티브 그래닉(왼쪽) IBS 첨단연성물질연구단장과 지에장 IBS 연구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를 가려내는 주요 기법 가운데 하나인 중합효소연쇄반응(PCR)은 미국의 괴짜 과학자 캐리 멀리스가 탄생시킨 것이다. 그는 지난 1983년 극소량의 유전자만으로도 대량복제가 가능한 이 기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법을 활용해 공룡의 피를 빨아먹은 모기 화석에서 추출한 DNA로 멸종한 공룡을 부활시킨다는 내용의 영화 ‘쥬라기공원’이 개봉한 1993년 멀리스는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이 괴짜 과학자가 과학계에 한 획을 긋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스티브 그래닉 기초과학연구원(IBS) 단장은 “멀리스가 처음에 다녔던 회사는 그가 괴짜라는 이유로 그의 아이디어에 집중하지 않았다. 이후 그는 자신의 시간 중 10%를 새로운 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회사로 옮겼고, PCR 개발의 성공으로 이어졌다”며 “지금과 같이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시대에는 젊은 연구원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연구환경을 바꿔나가야 한다. 멀리스의 사례는 현재 우리 시대에 귀중한 교훈을 준다”고 설명했다.

창의력 발휘할수 있는 환경 중요

연구 성과보다 젊은 과학자 배출

실패 용인 사회적 분위기 조성을



그래닉 단장은 오는 30일과 7월1일 양일간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열리는 서울포럼 2020 세션1 강연에서 과학 초격차를 주제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청중들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한국 과학 산업의 발전 가능성과 연구개발(R&D)에 대해 높게 평가하면서도 이를 위해 한국이 과학 인재를 선제적으로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4년부터 IBS 첨단연성물질연구단을 이끌고 있는 그래닉 단장은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IBS는 여러 분야에서 성과를 냈지만, 구체적인 과학적 결과물보다 훨씬 중요하고 가치 있는 성과는 젊은 과학자들을 배출한 것”이라며 “앞으로는 논문이 아니라 우리의 젊은 과학자들이 미친 영향력으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닉 단장은 한국이 전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과학 인재를 육성하고 확보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가 꼽은 첫 번째 조건은 실패를 허용하는 제도다. 과학을 비롯한 전 산업군에서 젊은이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도전이 필수지만 이들이 사회적인 시선과 분위기 때문에 통상 안정적인 길을 추구한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점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공계 고교생들은 방정식에 정확한 숫자를 입력한 후 단숨에 정확한 답을 산출하기를 요구받고 선생님들은 정답을 기대한다. 그러나 누구도 어떻게 하면 성공할지, 어떻게 한국이 세계시장에서 가장 잘 경쟁할 수 있는지에 대한 입력값은 알려주지 않는다”며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젊은이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추구하고 세상에 기여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할 기회를 빼앗아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국의 젊은 과학자들에게 독립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젊은 과학자를 리더로 키우기보다는 추종자로 남게 만드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에서는 자신보다 훨씬 아는 게 적은데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연장자에게 결정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며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과학적 발견은 대개 젊은 연구자들로부터 나왔지만 한국 사회는 여전히 젊은 과학자들이 자신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젊은 과학자와 과학도들이 한국 과학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 과학계에서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공부한 경력 없이는 좋은 직장에 들어갈 수 없다는 점을 한국 과학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봤다. 젊은 과학 인재들이 박사 학위나 박사후과정을 위해 한국에 남기보다는 외국으로 나가는 것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R&D 인프라가 더 강해질 때 대학과 젊은 과학자들은 다른 나라에 갈 필요없이 한국 내에서 훌륭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미국 과학자들도 수년 전까지만 해도 과학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당연히 유럽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젊은 과학자들이 더 이상 유럽으로 가지 않는다. 미국의 과학 인프라가 확충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韓은 리더 아닌 추종자 만들어

국내·해외 인재 흡수땐 초격차

그래닉 단장이 이처럼 후학 양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학 인재 확보가 곧 국가경쟁력으로 이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이 국내 인재를 양성하고 글로벌 인재까지 흡수한다면 과학 초격차가 그리 멀리 있지 않다고 그는 내다봤다. 그래닉 단장은 “미국 노벨상 수상자 가운데 약 3분의1이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 태생이라는 점을 주목한다면 국제경쟁력을 이해할 수 있다. 이민에 대한 미국의 개방정책은 미국 과학이 성장할 수 있는 동력 중 하나가 됐다”며 “미국 정부가 고립주의로 변모하는 현재의 시기는 한국이 해외 인재들을 영입해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엄청난 기회이기도 하다. 훌륭한 인재들이 모일 때 막강한 과학 경쟁력이 확보되고 기술이 개발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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