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에서 다양한 공정의 산업용 기계장비를 만드는 설립 3년차 A사의 B(51) 대표는 “지금 생각해도 사형선고 같았다”고 한 시중은행의 대출 연장 압박을 회상했다. 창업하면서 벤처기업 인증을 받고, 분양받은 사무실 등을 담보로 빌린 3억5,000만원 대출계약 만기일은 이달 26일. 대출을 연장하려고 찾아간 은행에서는 우선 원금의 10%를 상환하고 6개월만 연장한다는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을 내걸었다. 연 3%대 이자를 연 7% 후반대까지 올리겠다고 했다. 올해 매출 성장은 눈 감고 지난 2년간 실적만 보겠다며 은행이 ‘빚 독촉장’을 보낸 것이다. 16일 경기 본사에서 본지를 만난 B 대표는 “회사 문을 닫으라는 이야기와 같았다”며 “설립 초기 매출이 나지 않아 대출 연장 조건을 높인 은행도 이해하지만, 어떤 기업이 초기부터 돈을 벌 수 있느냐”고 답답해했다.
B 대표는 은행을 설득한 끝에 원금 상환 수준을 10%에서 5%로 낮췄다. 기술보증기금을 통해서도 5,000만원 지원을 받아 일단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창업 초기기업에 대한 은행 문턱이 너무 높다는 지인들의 조언을 실감했다. B 대표는 “창업 3년 내 기업은 사실상 ‘재무제표’가 도저히 나올 수 없다”며 “공장에서 우리가 내놓은 신제품을 보여줬지만, 은행에서는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고 말했다.
B 대표는 매달 직원의 8명의 인건비와 공장 임대료, 대출 이자 등 약 500만원을 부담하고 있다. 여기에 회사를 창업하면서 담보대출과 별개로 2억3,000만원 빚을 졌다. 다행스럽게 올해 수주매출은 약 20억원으로 작년 대비 4배 가량 뛰었다. 내달이면 기계장비 관련 특허도 등록돼 “올해 수주는 문제없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B 대표는 정부가 A사처럼 초기 창업기업에 지원해야할 점을 묻자, 단호하게 3가지를 꼽았다. 자신의 회사와 같은 초기 창업기업에 대한 재무평가 기준 완화와 발주처에 대한 일종의 보증이다. 정부가 원하청 관계에 더 깊이 관여해달라는 것이다. B 대표는 “우리같은 주문제작업체는 계약금, 중도금, 잔금을 나눠서 받는데, 선수금은 30% 수준”이라며 “이 돈으로는 잔금을 받을 때까지 버티기가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발주처에서 돈을 받고 우리 같은 기업에 대신 빌려주면 좋겠다”며 “우리같은 하청업체는 발주처에 돈을 먼저, 더 줄 수 없겠느냐는 말을 꺼낼 수 없다”고 말했다. B 대표가 마지막으로 꼽은 지원책은 ‘공장부지’다. 기업 규모에 맞게 공장부지를 빌려주는 일종의 공유형 공장을 제안했다. 그는 “주변 시세로 200평 부지를 임대하면, 내야하는 월 이자만 660만원”이라며 “임대료 내고 나면 남는 수익이 없어 크지 못하는 회사가 너무 많다”고 전했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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