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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로빈후드





미국 스탠퍼드대 수학과 동기인 블라디미르 테네프와 바이주 바트는 졸업 후 주식을 대량 거래하는 투자자를 위한 시스템 개발 업체를 차렸다. 하지만 곧이어 새 사업 아이템을 발견했다. 거래량이 많은 고객은 증권회사에 수수료를 거의 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 것이다. 두 사람은 2013년 4월 수수료 없는 모바일 주식거래 회사인 ‘로빈후드(Robinhood)’를 설립했다. 가입자를 끌어모아 쌓인 위탁금을 잘 운용하면 수수료 수입이 없어도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회사명은 중세 영국 의적 로빈후드가 기득권층 영주에 대항했듯이 증시 주도세력 기관투자가에 개인이 맞서보자는 뜻에서 지었다. 창립 후 1년여간 두 사람은 ‘수수료 제로’ 마케팅과 함께 밀레니얼 세대(1982~2000년생) 맞춤형 앱 개발에 매달렸다. 2015년 초 복잡한 숫자와 차트가 없는 단순한 사용법의 주식거래 앱을 내놓자 고객이 몰려들었다. 출시와 동시에 가입자가 100만명을 넘더니 지난해 말 600만명에 육박했다.

올 들어서는 코로나19 사태를 매수 기회로 여긴 소액투자자 가입이 폭증해 5월 말 현재 1,300만명에 이른다. 이 중 절반 이상이 밀레니얼 세대로 평균 연령이 31세에 불과하다. 그만큼 투자 성향도 공격적이어서 상승 종목을 집중 매입하는 경향이 강하다. 초유의 악재에도 미국 증시가 거래대금 급증 속에 오름세를 타는 원동력은 이들 ‘로빈후드 트레이더’를 포함한 개미들이다. ‘로빈후드 트레이더’는 로빈후드 앱으로 거래하는 개인투자자를 말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동학개미’다.



최근 파산을 신청한 렌터카업체 허츠 주식까지 개인들이 대거 사들이자 과열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억만장자 투자자인 리언 쿠퍼먼은 15일 로빈후드를 거론하며 “이들은 결국 눈물로 끝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도 1990년대 후반의 ‘닷컴 버블’을 연상시킨다면서 “비참한 종말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물경제와 따로 움직이는 우리 증시 사정도 다르지 않다. 동학개미도 미국발 경고음에 귀 기울여 되돌아볼 때가 된 것 같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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