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덕 전 국회부의장이 지난 17일 밤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7세. 고인은 최근 폐렴으로 입원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1981년 제11대 민주한국당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홍 부의장은 18대까지 6선을 했다. 1992년 대선에서는 민주당에서 김대중 후보 캠프 대변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김영삼 정부 정무 제1장관을 지내던 1997년 대선을 두 달여 앞두고 김대중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의 비자금 계좌 의혹으로 정국이 요동칠 때 김영삼 대통령에게 선거에 영향을 줄수 있다며 검찰의 ‘수사 불가’ 방침을 건의하기도 했다. 이때 남긴 말이 “정치를 검찰이 대신하면 안 된다”였다고 한다.
“국민은 귀신”이라는 말도 자주 했다. 꼼수나 암수를 쓰는 정치로는 국민을 속일 수 없다는 뜻이다. 2008년 이명박(MB) 당시 대통령이 ‘MB 실세’ 이재오 전 의원이 출마했던 서울 은평 뉴타운 건설현장을 방문했을 때도, 2011년 증세 논쟁이 일었을 때도 고인은 ‘국민’을 강조했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후 친박(친박근혜)계 좌장으로 자리매김했다. 2004년 한나라당 원내총무로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후 7대 총선에서는 ‘탄핵 역풍’으로 낙선했다. 2007년과 2012년에는 박근혜 경선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는 등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의 선두에 섰고 18대 총선에서는 친박연대 후보로 당선됐다.
하지만 19대 총선에서는 서울 종로에 도전했다가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정세균 국무총리에 패했고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으로 새누리당을 탈당하면서 사실상 정계를 떠났다.
이후 KT 고문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을 역임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임경미씨와 장남 재선, 장녀 은진, 차녀 세나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20일. 장지는 경북 영주 선영.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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