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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부동산 '이중저당', 배임죄 성립 안 돼"

18억원 빌리며 근저당권 설정해주기로 약정 후

제3자에게 12억원 상당 근저당권 설정해줘 기소

대법 "저당권 설정의무는 채무자의 일일 뿐"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1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착석해 있다./연합뉴스




돈을 빌리며 부동산의 근저당권을 설정하겠다고 약정한 후 제3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주는 이른바 ‘이중 근저당’이 배임죄는 아니라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근저당권을 설정해야 한다는 의무는 채무자 본인의 일이지 타인인 채권자의 일은 아니라는 논리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18일 이모씨의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에 대한 상고심 선고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씨는 지난 2016년 6월 최모씨로부터 18억원을 빌리며 담보로 본인과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의 4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했다. 하지만 이씨는 6개월 후 이 아파트에 제3자 명의로 채권최고액 12억원인 4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해줬다. 검찰은 이씨를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1심과 2심 모두 이씨에 대해 유죄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이씨가 취득한 재산상 이익은 아파트의 담보가치 상실액인 4억7,500만원으로 봤다. 따라서 형법상 배임죄만 유죄로 보고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2심은 최씨가 손해를 입은 금액을 아파트 시가, 채권금액 등을 고려해 12억원으로 대폭 높였고, 특경가법상 배임죄를 인정해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저당권 설정계약에 따라 발생하는 의무는 채무자가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를 둔 채 맡아 처리해야 하는 ‘채권자의 일’이라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저당권 설정의무를 위반해 제3자에게 부동산을 처분했어도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부동산에 대해 양도담보설정계약을 맺고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줘야 할 의무가 있을 때도 적용할 수 있다고 재판부는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이른바 이중저당에 대해 배임죄를 적용했던 과거 대법원의 판례를 전면 수정하는 것이라 눈에 띈다. 대법원 관계자는 “타인의 사무에 관해 엄격히 해석해 종래의 판결을 변경함으로써 형벌법규의 엄격해석의 원칙을 재확인했다”며 “사적인 법률의 영역에 대한 국가형벌권의 과도한 개입으로 인한 사적 자치의 침해를 방지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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