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한반도24시] 北체제 위기, 원하든 원치않든 대비해야 한다

김홍균 동아대 계약교수·前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北 '김여정 후계자 만들기'說 있지만

확고한 통치기반 다질수 있을지 의문

한미 방위비분담 등 현안 빨리 털고

외교·군사 대비계획 재정비 할 때





지난 4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집권 이후 한 번도 거른 적 없는 4·15 김일성 생일(태양절) 행사에 불참하고 3주간 잠적하자 심장 수술 후 중태, 사실상 식물인간 상태 등 온갖 추측이 난무하더니 지난달 1일 순천 비료공장 준공식에 모습을 드러내자 잘못된 예측을 내놓은 언론·전문가·정치인들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그래서인지 그 뒤로 3주간 김 위원장이 모습을 감췄다가 지난달 24일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 나타날 때까지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그 후로도 김 위원장의 ‘간헐적 잠적’은 계속되고 있지만 더 이상 북한 지도자 ‘유고설’은 제기되지 않는다. 그러나 북한발 ‘지도체제 위기(leadership crisis)’는 우리의 희망과 상관없이 언제든 현실화할 수 있는 특대형 국가안보 재난이다. 문제는 우리나 미국 모두 이런 사태에 대비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왔다. 체질량지수(BMI) 46 정도의 고도비만에 지나친 흡연과 과음, 그리고 신장과 심장 질환의 가족병력 등을 감안하면 당장 쓰러져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 의사들의 소견이다. 문제는 그럴 경우 김 위원장의 후계구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자녀들은 너무 어리고, 여동생 김여정은 최근의 위상 강화가 후계자 만들기라는 분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문이 든다. 소위 ‘곁가지’라고 불리는 다른 친인척이 옹립될 가능성도, 백두혈통이 아닌 지도자 또는 지도자군(群)이 권력을 잡는 시나리오도 현실성이 떨어져 보인다.

설사 이들 중 누가 후계자로 결정된다 하더라도 과연 당·정·군을 모두 틀어쥐고 확고한 통치 기반을 다질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김정일과 김정은 모두 후계자 양성기간을 거쳐 집권한 후에도 피비린내 나는 숙청을 통해 절대적 지위를 굳힌 전례에 비춰볼 때 김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 이후 승계 과정은 불안정과 혼란의 연속이 될 공산이 크다.



북한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지금의 한국과 미국 정부가 일사불란하게 대처할지도 미지수다. 북한에서 통제 불능 사태가 발생하면 당장 북한이 보유한 핵·미사일·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안전하게 확보하고 혹시 생길지도 모르는 주민학살, 대량 탈북 사태, 식량 부족 같은 인도주의적 위기를 방지하는 문제가 시급하게 대두될 것이다. 이를 위해 한미가 당장 개입할지, 군사적 수단을 사용할지 등 결정할 것들이 많다. 통상 양국 정부는 이런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계획을 협의한다. 하지만 남북관계 개선을 최우선시하는 한국 정부와 트럼프 재선에 함몰된 미국 정부가 이런 계획을 얼마나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있을지 의문이다.

미중 간 갈등은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다. 북한 내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미국과 중국이 어떻게 대응할지 사전 교감과 조정이 필요하다. 중국은 북한 주민의 대량 탈북 사태를 막고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를 확보하되 미군의 북한 내 진입·주둔은 방지하기를 원할 것이다. 중국군이 북한으로 들어오는 경우 미국과의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미중 간 평상시 협의가 필요하지만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중국의 소극적 태도로 그간 의미 있는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미중 간 싸움이 악화 일로로 치닫는 지금은 더욱 기대하기 어려운 얘기다.

북한발 위기는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닥칠 수 있다. 요즘처럼 북한이 기세등등한 때 그럴 리 있겠느냐고 판단한다면 순진한 생각이다. 한미 양국은 지난 몇 년간 들여다보지 않은 외교·군사 대비계획을 다시 꺼내서 먼지를 털고 현 정세에 맞게 보완하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위기에 대응해 한미가 한목소리를 내려면 방위비 분담 등 동맹 현안은 하루빨리 털어내야 한다. 미중 간 협의 재개 방안도 모색돼야 한다. 필요하면 오바마 행정부에서 추진하던 한미중 3자협의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