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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태용 비욘드클로젯 대표





필자가 칼럼을 써온 지난 두 달은 디자이너로서 지나온 13년의 세월보다 더 많은 변화가 일어난 시간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수십 년을 이어온 패션 브랜드들의 줄도산을 불러왔고 최근에는 20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대표 신사복 브랜드 ‘브룩스 브러더스’도 파산 위기에 몰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브랜드들의 마지막을 목격하니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필자도 코로나19로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6개월 동안 밤낮으로 준비한 패션쇼가 개막을 코앞에 두고 취소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이미 패션쇼에서 선보일 옷의 90% 이상을 만들어놓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가장 큰 타격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었다. 디자이너로서 대중을 만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자리가 취소됐다는 것이 필자를 더욱 안타깝게 만들었다. 패션쇼 단 하루 동안 받는 대중의 박수갈채로 또 6개월의 패션쇼를 준비할 동력을 얻는데 이 기회를 잃으니 공허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결국 수 개월 고민하며 만든 옷들은 무대에 올라가 보지도 못하고 사무실 한쪽으로 밀려나는 신세가 됐다.

더 안타까운 것은 코로나19 장기화로 6월과 7월 세계 4대 컬렉션이 취소되면서 10월의 서울 컬렉션 역시 개최가 불투명해졌다는 것이다.



많은 곳에서 연락을 받았다. 패션위크를 준비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부터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냐는 디자이너들의 연락이 쇄도했다. 또 패션위크뿐만 아니라 패션 관련 행사 자체가 모두 사라져 고민을 토로하는 대행사들과 일거리가 없어져 생계유지가 힘들어진 모델들까지 안타까운 사연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주로 해외 바이어를 상대하며 오롯이 패션쇼를 통해 그 수익으로 브랜드를 유지하는 디자이너들은 브랜드의 존폐가 달린 심각한 상황이라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다만 지금은 당장의 패션쇼를 걱정하지만 시간은 흐르고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할 것이다. 새로운 것을 낯설다고 멀리하기보다는 어차피 부딪쳐야 할 내일이라면 차라리 빨리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내 것을 만들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디자이너로서 브랜드에 대한 고민과 걱정은 더 큰 성장의 발판이 되곤 한다. 필자도 이 위기를 겪고 큰 성장을 위해 밤낮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브랜드가 삶의 1순위가 되면서 약간의 병도 생겼지만 이보다 어느 날 나 스스로가 패션으로부터 마음이 떠날까 봐 더 두렵다. 최소한 지금은 좋은 옷을 봤을 때가 가장 즐겁고 옷을 만드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언젠가 필자를, 나의 브랜드를 원하지 않는 세상이 올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도전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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