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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어걸리는 '운빨'로 평생직장이 결정"…어느 '인국공' 취준생의 '눈물'

2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보안검색 노동자 정규직화 관련 브리핑을 마친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브리핑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던 중 직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비정규직 제로’ 1호 사업장인 인천국제공항공사가 1,900여명의 보안검색 요원들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접 고용하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 취업준비생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박탈감, 허탈함 (이런) 표현으로도 (심정을) 말하기 힘들다”며 입을 열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공개채용을 1년 정도 준비했다는 취업준비생 A씨는 25일 오전 전파를 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번 비정규직의 정규직 대규모 전환 소식을 듣고 어땠나’는 질문에 “올해 상반기 신입직원 채용 필기시험 공부를 하다 독서실에서 소식을 접했는데 너무 어이가 없어서 그날 공부할 의욕을 상실했다”며 “(다른 취업준비생들도) 다 똑같은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A씨는 “정규직 자리가 많아지는 것은 찬성”이라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 자체에는 동의한다는 점을 전제한 뒤 “실력이나 노력에 의해 취업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얻어걸리는 ‘운빨’로 평생 직장이 결정되는 것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통해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본인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나 동기부여를 잃어버린 건 사실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며 “(취업준비생들은) 매일매일 투자를 하면서 본인들의 미래를 만들어나가고 노력을 하는데, (노력에 대한 결과를) 확실하게 얻어갈 수 있는 사회가 아님을 이번에 인식하게 됐다”고 했다.

‘운빨’이라는 표현에 대해 ‘정규직 전환을 할 거면 예고를 하고 취업준비생들에게도 응시할 기회를 줬어야 하지 않느냐. (정규직이 정해지는 시스템이) 무원칙하게 돌아가면 안 된다는 말씀인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A씨는 정규직 전환 대상자인 보안검색 요원들의 ‘우리는 그동안 노력한 게 있다. 들어와서 우리가 쌓은 경험, 교육시간, 이런 게 분명히 있는데 왜 그런 것은 인정해 주지 않느냐’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솔직히 그런 투자는 모든 비정규직들이 다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렇게 모 회사의 정규직화를 통해서 (기회를) 얻는 부분은 상대적 차별, 역차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문제가 화두가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황덕순 일자리수석이 지난해 9월 청와대에서 고용동향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1,900여명은 사무직 직군은 아니기 때문에 그분들은 경우가 다르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아직까지 보안검색 요원 분들을 공채로 뽑은 적이 없어서 그 부분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상당한 경쟁률이 예상되는 건 사실”이라고 답했다. ‘사무직 직군’이 아니기 때문에 공채 준비생들과 무관하다는 보안검색 요원들과 정부의 해명은 설득력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공항공사의 일반직(5급) 신입직원 공채는 35명 선발에 5,469명이 몰려 156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A씨는 “심할 때는 200대 1도 넘어간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A씨는 이번 직고용 결정의 철회를 요구했다. 그는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원하는 부분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되는 만큼의 결과가 돌아오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번 보안검색 요원의 직고용 문제는 취준생과 무관하다. 공사에 취업을 하려는 분들의 일자리와는 관련이 없다”며 “국민의 생명·안전과 관련한 일자리는 안정돼야 한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기본 방향이었다. 채용 과정의 공정성과 조금 다른 측면에서 노동시장의 공정성을 지향하는 과정”이라고 ‘공정성’ 논란을 일축한 바 있다.

한편 이번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문제와 관련해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글은 25일 오전 동의인 22만명을 훌쩍 넘기면서 청와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글쓴이는 “그간 많은 공기업이 비정규직 정규화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번 인천국제공항 전환은 충격적”이라며 “인천공항은 높은 토익점수와 스펙이 보장돼야 서류를 통과할 수 있는 회사다. 비슷한 스펙을 갖기는커녕 시험도 없이 그냥 다 전환하는 것이 공평한 것인가 의문이 든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청원인은 “정직원 수보다 많은 이들이 정규직 전환이 됐다. 이들이 노조를 먹고 회사도 먹고 회사는 이들을 위한 곳이 될 것”이라면서 “이곳에 들어가려고 스펙 쌓고 공부하는 취업준비생들은 물론 현직자들은 무슨 죄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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