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공모 일정을 두 차례 연기했던 소마젠이 공모가를 밴드 하단에서 확정했다. 수요예측 참여 기관투자자 약 42%가 공모가 밴드 아래로 희망가격을 써낸 결과다. SK바이오팜 청약 흥행으로 바이오 관련 주에 훈풍이 불 것이란 기대감에도 소마젠의 일반 청약은 부진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소마젠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를 밴드하단인 1만1,000원으로 확정했다고 공시했다. 공모금액은 462억원이다. 수요예측 경쟁률은 69.46대 1, 참여 건수는 476건이다.
소마젠은 이번 수요예측에 앞서 공모일정을 두 차례 연기했었다. 회사 측이 제시한 기업가치가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이 기관투자자 사이에서 나오면서다. 애초 소마젠은 2,760억~3,626억원의 기업가치를 제시하며 최대 756억원을 공모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기관투자자들의 반응이 좋지 않았고 공모 희망가를 낮춰 결국 기업가치 2,216억원에 462억원을 공모하는 것으로 확정했다. 이번 수요예측 기관투자자 참여 건수 476건 중 42%인 199건이 밴드 하단 미만에 쏠렸다.
소마젠은 지난 2004년 한국 정밀 의학 생명공학기업 마크로젠이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에 설립한 회사다. 미국 내에서 유전체 분석 및 조사 사업을 벌여왔으며 최근 마이크로바이옴 사업에도 진출했다. 외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코스닥 기술 특례상장을 추진한다. 소마젠이 투자자들에 제시한 2020년 예상실적은 매출 2,395만4,062달러(약 292억원), 영업적자 508만7,723달러(약 63억원)이며 2022년에는 매출 5,237만6,705달러(약 638억원), 영업이익 498만2,464달러(61억원)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소마젠의 주력 사업인 유전체 분석 및 조사 사업의 매출이 최근 줄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사업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시장 진출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서비스를 계획했지만, 투자자들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했다. 소마젠 매출의 70~80%를 담당하고 있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은 매출액이 2017년 1,869만8,853달러(약 233억원)에서 지난해 1,310만780달러(163억원)로 30%가량 줄었다.
한 IPO 기관투자자는 “소마젠의 공모가가 다소 고평가된 것으로 보는 투자자들이 많았다”며 “(소마젠의 대주주인) 마크로젠이 최대주주로 2015년 상장했던 캔서롭이 명지병원 측에 매각된 후 최근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에 오른 점도 공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민석기자 se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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