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국가보안법이 다음달 1일 시행될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 상원이 ‘홍콩자치법’을 통과시키는 등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방위 압박이 강화되고 있다. 미국은 홍콩보안법이 시행될 경우 홍콩에 부여한 특별대우를 철폐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이어서 양국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무역전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 논란에다 홍콩자치권까지 갈등 양상이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상원은 이날 중국의 홍콩자치권 억압을 지지한 개인과 기업을 제재하는 내용의 홍콩자치법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이 법안에 따라 미 정부는 홍콩의 자치권 침해에 연루된 중국 관료와 홍콩 경찰 등을 제재할 수 있고 이들과 거래한 은행에도 세컨더리보이콧(제3자 제재)을 가할 수 있게 됐다. 이 법안은 이후 하원 표결을 거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면 정식으로 발효된다.
홍콩자치권 법안은 중국이 지난달 21일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홍콩보안법 제정을 선언하자 맞불 형식으로 제안됐다. 미 상원은 한달여간의 논의를 거쳐 결국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을 대표 발의한 크리스 밴홀런(민주) 상원의원은 “중국이 홍콩의 자치권을 침해하려고 행동한다면 대가가 따를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중국에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말 중국의 홍콩보안법 제정을 비난하며 “중국은 약속한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원칙을 ‘일국일제’로 대체했다”며 “따라서 나는 홍콩을 특별대우하는 정책적 면제를 제거하기 위한 절차를 시작하도록 행정부에 지시했다”고 말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압박은 군사와 경제 양방향에서 심화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독일 주둔 미군을 감축한 뒤 일부 병력을 아시아 등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재배치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이날 독일마셜기금의 브뤼셀포럼과의 화상 대담에서 인도·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필리핀 등 중국의 위협을 받는 나라들이 있다고 언급한 뒤 “우리는 중국군에 대응하기 위해 미군 병력의 적절한 배치를 확실히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언론들은 현재 3만4,500명인 주독 미군을 2만5,000명으로 9,500명 줄이면서 이 중 일부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전했다.
같은 날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도 ‘반(反)중국’ 경제구상에 대한 한국의 참여를 압박했다. 해리스 대사는 이날 한미전략포럼 기조연설에서 “코로나19는 미국과 세계 경제가 단일국가 공급자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데 도움이 됐다”며 미국의 반중국 경제블록 구상인 ‘경제번영네트워크’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일대일로에 맞서는 ‘블루닷네트워크’에 대한 한국의 협조와 참여를 강조했다.
홍콩보안법에 대한 미국의 반발은 중국이 이달 말 이 법을 확정한 후 다음달 1일부터 바로 시행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커지고 있다. 중국 입법기구 격인 전인대는 지난달 말 홍콩보안법 초안을 통과시켰는데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오는 28~30일 회의를 열어 이 법률안을 다시 논의한다.
중국 내외의 언론들에 따르면 전인대 상무위가 회의 마지막날인 30일 홍콩보안법을 확정해 통과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존 리 홍콩 보안장관은 최근 기자들에게 “홍콩보안법은 통과 즉시 (홍콩의 실질적 헌법인) 기본법의 부칙에 삽입돼 홍콩 법률이 되며 공포 당일에 효력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중국이 7월1일 시행 날짜에 집착하는 것은 이날이 영국으로부터 홍콩 주권이 반환된 지 23주년을 맞는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홍콩보안법 시행으로 홍콩의 ‘2차 주권 반환’이라는 상징성을 내세우는 셈이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16~17일 하와이에서 열린 비공개회담에서 홍콩 문제와 관련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미국·영국 등 서방국가가 홍콩 내정에 간섭해 중국을 뒤흔드는 것을 막기 위해 홍콩보안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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