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백상논단] 인구절벽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서울대 명예교수

출산율 급락에 대학신입생 급감

노년층 증가로 생산인력 부족도

규제 철폐·보상시스템 개선으로

지속가능한 혁신생태계 이뤄야

이우일 과총 회장




세계를 휩쓸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잠시 잊었지만 우리는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바로 인구 때문이다. 유엔인구기금의 ‘2020 세계 인구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1.1명으로 세계 최하위인 198위이다. 출산율의 급격한 하락은 인구구조도 변화시킨다. 인구규모와 구조는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당장 바뀌지 않는다. 이미 태어난 사람들의 숫자는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고교 졸업 인구는 지난 2012년 70만명에서 오는 2021년에는 50만명, 2023년에는 46만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매해 20만명 이상의 젊은이들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

급격한 인구감소는 여러 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예컨대 대학 입학정원은 약 50만명으로 지금의 대학 진학률을 기준으로 하면 곧 적어도 수만 명 이상이 모자라진다. 우리는 18년 전 신생아 통계로부터 지금의 대학입학 가능 인원을 추산할 수 있다. 이 숫자는 움직일 수 없는 미래의 현실이었다. 1996년 정부는 ‘대학설립 준칙주의’를 도입하면서 최소 설립 요건만 갖추면 대학 설립을 인가해줬다. 이 제도는 대학 입학정원의 폭증을 불렀고 그 결과가 세계 1위의 대학 진학률과 청년실업이다. 세계 어느 나라도 인구의 70~80%가 대학 졸업자인 곳은 없다. 대학 졸업자 모두에게 학벌에 걸맞은 직장을 제공할 수도 없다. 미리 대처할 수 있었음에도 내 임기 중에만 문제가 없으면 상관없다는 식의 얄팍한 정치 계산이 지금 큰 혼란을 빚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대학 정원 문제는 좀 혼란이 따라도 결국 시장 논리에 따라 정리될 것이다.

경제를 지탱할 생산 인력 문제는 저절로 정리될 수 없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게다가 우리는 100세 시대를 말한다. 날로 길어지는 평균 수명과 급격한 출산율 감소는 노년층이 생산 가능 인구보다 많아지는 기형적 인구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예컨대 베트남의 평균 연령이 31세인 데 비해 우리나라의 평균 연령은 43세에 달하며 2035년에는 50세가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대미문의 급격한 인구감소와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여러 문제는 걱정만 한다고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다. 정부의 대책도 대부분 근시안적이고 효과가 거의 없다. 지금과 같은 산업구조가 계속 유지된다면 필연적으로 생산 인력이 부족해질 텐데 우리가 가진 선택지는 두 가지뿐이다. 이민을 대규모로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산업구조를 미래의 인구구조에 적합하게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필요한 준비를 하고 있는가.



그나마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구조가 세계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이다. 인공지능(AI)과 자동화로 일자리 수가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데 우리는 인구가 감소해 실업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기회를 제대로 살리려면 각고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지속 가능한 혁신생태계 조성이 그중 하나이다. 혁신을 발목 잡는 각종 규제를 철폐, 완화하고 혁신 주체들에 주는 적절한 보상시스템을 마련해 민간 주도의 지속적 혁신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인력을 길러내는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일렬로 줄 세우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교육과 평가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불러올 급격한 직업의 변화 때문에 일생 동안 2~3번은 직업을 바꿔야 할 것이다. 평생교육을 일반화시키고 교육제도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지금의 변화는 그냥 시늉만 내서 적응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명확한 비전을 갖고 계획을 세워 정치적 이해에 휘둘리지 않으며 꾸준하고 강력하게 추진해 헤쳐나갈 길이다. 그 시작은 아무리 빨라도 지나치지 않다. 이미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