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문제 해결이 어려운 이유는 최적의 정책을 찾아내기도 어려울뿐더러 찾아낸 최적 정책의 효과가 사람들이 정책에 대해 갖는 기대심리와 정부에 대한 신뢰도에 따라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 요즘 한창 말이 많은 부동산 정책을 예로 들어보자.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화 정책을 사람들이 믿으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게 되고 시장 수요가 감소해 실제로 집값이 안정될 수 있다. 반대로 같은 정책이라도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써서 집값을 안정시키려 해도 사람들은 오히려 집값이 오를 것이라 예상하고 이에 따른 수요증가로 집값이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의 상실은 주로 다음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없는 경우다. 예를 들어 임대주택사업을 활성화한다고 각종 혜택을 줘 등록을 유도하고 나서 얼마 뒤 임대주택사업자가 집값 상승의 주범인양 각종 혜택을 없애버리는 경우다. 주로 정부가 정책의 효과에 대한 자신이 없어서 일어난다. 즉, 정책의 효과가 조금 기다리면 나타날지 아니면 처음부터 잘못된 정책인지 알 수가 없어 우왕좌왕 일관성 없는 정책을 펼치게 되는 것이다.
둘째, 정부에 정책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이 없거나 수단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경우다. 즉 정책 방향은 제대로 잡았는데 이를 달성할 방법을 모르거나 알더라도 정확히 어떠한 변수를 언제 얼마만큼 바꿔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부동산 시장에서 집값 안정이란 목표는 제대로 잡았으나 이를 달성하는 방법을 모르거나 생각한 대로 결과가 안 나오는 경우다. 집값 내려갈 거라고 있는 집 팔라고 하고서는 이젠 집 안 산 사람들만 바보가 되어 버렸다. 몇 번 당해보고 나니 이제 정부에 대한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
마지막으로는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악용하는 경우다. 이는 특히 지지층에게 큰 타격을 준다. 자신들의 도덕성을 믿어달라고 하고서는 국민의 신뢰를 깨고 뒤로 다른 짓을 하는 경우다. 다주택자들에게 집을 팔라고 하고 정작 본인들은 안 팔고 버틴 정부 관계자들이나 조국 사태, 윤미향 사태 등 내로남불 사례들이 이에 해당한다.
부동산 정책에 있어 이번 정부는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앞에서 말한 신뢰를 잃는 세 가지 경우가 다 해당된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동안 서울 집값이 50%가 넘게 올랐다는 시민단체의 주장도 있다. 실시하는 부동산 규제마다 집값을 잠깐 낮추나 싶더니 그전보다 더 올려놨다. 국민의 불만이 팽배하다. 집 있는 사람은 오른 세금 때문에, 집 없는 사람은 오른 집값 때문에 그렇다. 정부는 또 부동산 관련 새로운 규제를 준비한다고 한다. 역시 세금을 올리고, 거래를 제한하는 정책일 것이다. 하지만 이미 신뢰를 잃은 정부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새 대책을 내놓기 전에 먼저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단기간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렇게 20번 넘게 내놓은 정책이 집값을 잡지 못했다면 무엇인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문제의 본질을 새로운 시각에서 보고 기본적인 가정이 틀린 것은 아닐지 고민해야 한다. 집값 상승이 소수의 투기자 때문만이 아닐 수 있고, 강남 집값 잡는다고 다른 지역 집값이 잡히지 않을 수 있고, 부동산으로 번 돈이 다 불로소득이 아닐 수 있고, 다주택자들이 다 투기꾼이 아닐 수도 있다.
우리나라 부동산문제는 부동산만의 문제가 아닌 교육, 출산, 불평등, 조세재정 등 모든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문제다. 복잡한 문제일수록 해결책은 단순화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돈 벌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욕구, 주택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욕구를 인정해야 하고 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인정해야 한다. 가격을 낮추는 데는 공급을 늘리는 것이 수요를 억누르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정책이다. 거래량을 늘리기 때문이다. 경기침체기에는 더욱 그렇다. 이런 경제학 원론에 나오는 얘기를 이제야 정부가 언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서울 시내 재건축은 다 막아놓고 무슨 수로 단기간에 공급을 늘릴지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부동산으로 돈 버는 사람 없게 하려다 돈 있는 사람만 돈 벌게 해놓은 것이다. 지금처럼 규제에 바탕을 두고 시장을 이기려는 시도는 대부분 실패한다. 특히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진 지금 같은 경우라면 대부분이 아닌 백 퍼센트로 그 확률은 올라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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