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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사회
[글로벌체크]“바람의 도시가 피의 도시가 되고 있다”…시카고에서 무슨 일이

길거리·집안에서도…무차별 총기난사 안전지대 없나

실업·인종갈등·경찰불신에 시카고 살인률 급증

미국 시카고의 스카이라인/사진=이미지투데이




미국 시카고가 심상치 않습니다. 연일 총격 사건이 벌어지면서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시카고트리뷴에 따르면 지난달 15일까지 시카고에서 살해된 이는 25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명이나 늘어났습니다. 지난 주말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7살 어린이와 14살 소년을 포함해 17명이 사망하기도 했죠.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보름 동안 시카고에서 총격사건으로 인해 숨진 사람 중 18세 미만이 9명이라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세인트 사비나 성당의 마이클 L. 플레거 신부는 “바람의 도시(Windy City)가 블러디 시티(Bloody City)가 되고 있다. 절망과 분노가 지금과 같은 수준에서 모두 뒤섞인 것을 본 적이 없다”며 그가 사회 문제에 관해 일해온 지난 45년간 최악의 시기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에 이어 미국에서 3번째로 많은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 시카고, ‘바람의 도시(Windy City)’라는 별칭과 함께 영화 ‘다크나이트’와 ‘배트맨 비긴즈’의 촬영지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시카고. 이 도시에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총기 난사에 카시트 속 20개월·집에서 춤추던 13세 소녀도 살해돼
지난달 20일 한 남성이 쏜 총에 의해 아버지가 운전하던 SUV 뒷좌석에 타고 있던 3세 메키 제임스가 사망했습니다. 일주일 뒤인 27일에는 세탁소에서 집으로 향하던 어머니 야스민 밀러의 차량에 타고 있던 20개월 아기가 총에 맞아 사망했죠. 이 아기는 안전을 위해 카시트에 타고 있었죠. 다시 일주일 뒤인 이달 4일에는 14세 소년과 7세 여자아이가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이 중 7세 아이는 토요일 오후 7시경 가족들이 모임을 갖는 도중 잠시 집을 나섰다가 머리에 총을 맞고 사망했습니다. 아이의 할머니는 “아이가 집을 집을 비운 시간은 2분밖에 되지 않는다”며 다른 아이들과 함께 놀다가 총에 맞았다고 말했습니다. 기막힌 경우는 더 있습니다. 지난달 20일 13세의 아마리아 존스는 집에 머물며 어머니 앞에서 춤을 추고 있었는데요, 유리창과 텔레비전을 뚫고 날아온 총에 맞았고 이튿날 숨졌습니다.

시카고 경찰국에 따르면 지난 2일까지 시카고에서는 최소 336명이 살해됐습니다. 지난달 28일까지 시카고 인구의 3배에 달하는 뉴욕시에서 176명이 살해된 점을 고려하면 시카고에서 살해된 비율이 훨씬 높은 겁니다. 시카고에서 살해된 인구는 2016년 778명이었으나 이후 2017년 658명, 2018년 567명, 2019년 492명으로 꾸준히 감소했는데요, 올 들어 다시 급증하고 있습니다.

지난 5일 미국 시카고에서 한 경찰관이 7살 어린이 등이 총을 맞아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AP연합뉴스


물론 시카고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닙니다. NYT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시카고를 덮치기 전인 2020년 초부터 전국적으로 살인사건이 고조되고 있었다며,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폐쇄 조치로 잠시 주춤했지만 재택대기령이 해제되면서 다시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시카고 외에도 64개 주요 도시 중 39개 도시에서 4월 들어 살인율이 감소했으나 5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선 상태입니다.

하지만 시카고의 상황이 가장 심각한 것은 사실입니다. 실제로 지난 5월 25일 현충일(메모리얼데이) 주말 당시 85명이 총을 맞았으며 이 중 24명이 사망했습니다. 시카고트리뷴에 따르면 피해자에는 친척들과 함께 집 밖에 서 있던 5세 여아와 길을 걷고 있던 2명의 10대 소년도 포함됐습니다. 이들은 병원으로 옮겨져 목숨을 구했지만, 길에서 물건을 팔고 있던 20대와 주택 현관에 앉아있던 30대 등은 총에 맞은 뒤 사망했습니다. 폭력사건 등에 얽혀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길에 서 있거나 집 근처에 있는 상황에서 무차별적으로 날아온 총알에 목숨을 잃은 겁니다.



실업 증가에 인종갈등·경찰 불신까지
NYT는 코로나19로 인해 실업이 증가한데다 인종 간 갈등이 증폭되면서 살인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플레거 신부는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일부 지역의 실업률은 기존 28%에서 35%로 급증했다며 “이 도시의 나쁜 상황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더욱 악화됐다. 유색인종 커뮤니티가 (팬데믹에 의해)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는 현실을 폭로했다”고 말했습니다. 형사사법위원회의 선임 연구원인 토머스 앱트도 “이것은 하나의 위기가 아니라 두 개의 위기가 동시에 작동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2016년에 본 것보다 더욱 심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범죄학자들은 약 20%에 불과한 낮은 살인사건 검거율과 목격자에 대한 보호 부족도 높인 살인율과 연관이 있다고 말합니다. 살인자들은 자신들이 잡힐 거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목격자들은 겁을 먹어 증언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겁니다. 노스웨스턴대 정책연구소의 웨슬리 스코건 교수는 약 20년 전에 시카고 경찰국이 지역의 치안 프로그램을 중단했다며, 현재 주민들은 자신들이 경찰관과 대화하는 모습이 보여질까 두려워 문조차 열지 않고 있다고 말합니다. 앱트 연구원 역시 “경찰에 대한 신뢰 부족과 경찰을 이용하려는 의지가 부족한 것이 더 큰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습니다.

지난달 29일 미국 시카고에서 총에 맞아 사망한 10살 어린이를 추모하기 위한 촛불 등이 놓여져 있다. /AFP연합뉴스


경찰국 대변인은 가로등을 포함해 파손된 건물을 수리하고 그래피티를 제거하는 등 동네를 단장하는 ‘오퍼레이션 클린’ 등을 통해 지역 치안 유지에 힘썼다고 반박하지만 주민들은 경찰의 조치가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그레이터 세인트 존 바이블 교회의 아이라 아크리 목사는 증인을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사람들은 말하고 싶어하지만 두려워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도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달 말 J.B.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와 로리 라이트풋 시카고 시장에게 서한을 보냈는데, 연방 정부가 어려운 이웃을 되살리는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법과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기 때문입니다. ‘법과 질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재선을 앞두고 즐겨 쓰는 구호죠. 이에 라이트풋 시장은 대통령이 도와주기보다는 정치를 하려고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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