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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체벌금지 법제화’ 첫발 뗐지만…“애들 훈육은 어떻게 하라고” 볼멘 소리도

아동학대 10건 중 8건이 부모와 가정서 발생

법무부, 민법개정 통해 체벌금지 법제화 추진

팽팽한 찬반 여론 속 “훈육과 체벌 기준 모호”

“부모에 올바른 훈육법 알려주는 교육 필요”

사진=이미지투데이






# 9세 남아를 여행용 가방 안에 가둔 것도 모자라 위로 올라가 뛰기까지 하며 결국 숨지게 한 계모는 범행을 시인하면서도 “거짓말한 데 대한 훈육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8세와 9세의 어린 아들을 옷을 벗긴 채 나체로 산속에 내버려뒀다가 시민 신고로 경찰에 붙잡힌 엄마 역시 “훈육을 위해 그랬다”고 말했다.

잔혹한 아동학대 범죄가 끊이지 않으면서 부모의 체벌을 법으로 금지하는 작업이 본격화됐다. 하지만 훈육을 위해서는 일정 부분의 체벌이 불가피하다는 의견과 함께 훈육과 체벌을 구분 짓는 기준 자체도 모호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체벌금지를 명문화하는 작업 못지않게 법 개정 이후 부모들을 대상으로 올바른 훈육법을 교육하는 정부 차원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7일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자녀 체벌금지의 법제화 추진 방침이 발표된 지 이틀 뒤인 지난달 12일 법무부는 아동구호단체를 비롯한 관계기관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는 법무부가 법제개선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인 민법 개정안을 발의하기에 앞서 관련 기관들의 의견을 듣고자 마련한 자리다. 법제개선위원회는 지난 5월 친권자의 자녀 징계권 삭제와 체벌을 금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법무부에 권고한 바 있다. 이날 참석자들은 체벌금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체벌과 훈육의 경계가 모호한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추가적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실제로 법제개선위는 명시적으로 체벌을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하되 ‘필요한 훈육을 할 수 있다’는 문구도 개정안에 함께 넣을 것을 권고했다.



문제는 ‘필요한 훈육’이라는 표현 자체가 지극히 주관적이고 자의적으로 읽힐 수 있어 언제든 논란의 여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6월 경기도교육청이 성인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체벌금지 법제화에 찬성하는 응답자는 53.2%로 반대(44.8%)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체벌금지 법제화에 반대하는 이유로는 ‘훈육과 학대의 기준이 모호하다(24%)’와 ‘체벌금지 시 가정교육을 제대로 할 수 없다(23.7%)’는 응답이 가장 많이 꼽혔다. 중학생 자녀를 둔 이모(45)씨는 “체벌금지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훈육을 위한 모든 행위가 학대로 여겨지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쉽지 않겠다는 걱정이 든다”고 토로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그럼에도 아동전문가들은 되풀이되는 아동학대를 막기 위해서는 체벌금지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보건복지부의 아동학대 통계를 보면 2018년 아동학대로 판단된 2만4,604건 중 76.9%(1만8,919건)가 부모에 의해 발생했고 78.7%(1만9,365건)가 가정 내에서 벌어졌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부모는 아이를 당연히 훈육해야 하지만 때리면서 가르쳐서는 안 된다”며 “대부분의 아동학대는 부모가 화를 내다가 욱해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선아 숙명여대 아동학과 교수 역시 “체벌금지를 법에 명시하면 학대의심 신고가 들어왔을 때 경찰이나 아동보호기관이 개입하기도 쉬워진다”며 “가해자가 ‘훈육하려고 때렸다’며 법망을 피하는 사례도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2012년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가운데 법으로 체벌을 금지한 국가에서 학대로 아이가 사망할 확률은 10만명당 0.5명으로 그렇지 않은 나라보다 낮았다. 반면 아직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은 한국은 1.16명으로 두 배 이상 높았다.

다만 체벌금지 법제화에 그치지 말고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정부 당국의 교육이 이어져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정익중 교수는 “국가가 무상보육과 아동보육을 하는 건 국가에도 훈육의 책임이 있다는 방증”이라며 “지금까지 자발적으로 일부 부모들만 참여했던 지역사회 내 부모교육에 강제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이브더칠드런 관계자 역시 “무조건 체벌을 금지할 게 아니라 왜 체벌을 하면 안 되는지, 체벌이 아이의 성장에 얼마나 안 좋은지 등을 알리는 캠페인이 필요하다”며 “세계 최초로 체벌금지법을 만든 스웨덴도 법 제정 이후 법무부에서 법안의 내용과 체벌을 하면 안 되는 이유 등을 담은 설명서를 여러 국가의 언어로 만들어 전 가정에 배포했다”고 말했다. /김태영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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