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를 대표해 핀테크 기업과의 역차별 해소를 호소해온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이 “카드업계 스스로가 지속적 혁신을 통해 종합지급결제업까지 담당할 역량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핀테크·빅테크와의 생존 경쟁에 몰린 카드업계가 차별적인 경쟁력을 길러 앞으로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혁신 노력에 더 힘써야 한다는 뜻이다.
여신금융협회는 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카드산업의 디지털 혁신현황과 미래’를 주제로 2020년 여신금융세미나를 열었다. 김 회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카드사의 신속한 긴급재난지원금 집행, 방역 지원 등 최근 코로나 사태에서 카드업계가 보여준 역할을 언급하며 “우리나라에서 어떤 결제시스템이 단순한 결제 지원을 넘어 이렇게 다양한 공공적 기능까지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지금의 현실은 카드산업에 우호적이지 않다”며 “금융 혁신은 핀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엄격한 수수료 규제에도 여전히 카드 결제가 고비용 결제 구조라는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여년간 13차례에 이르는 가맹점수수료 인하로 현재 전체 가맹점의 96%는 원가 이하의 수수료를 적용받고 있다. 그 결과 지급결제 부문은 이미 밑지는 장사가 됐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추가적인 카드수수료 인하를 재차 거론하고 있다. 핀테크의 금융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카드업계가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한 배경이다.
김 회장은 “카드업계가 혁신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 (역차별을 비롯한) 여러 문제점에 대해 최근 공론화가 되고 있다”며 “이제는 카드업계가 마이데이터·마이페이먼트를 넘어 종합지급결제업까지 담당할 역량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카드업계는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장이 원하는 최적의 카드상품을 설계해 공급해 왔고 최근에는 얼굴, 정맥, 지문 등 생체정보를 활용한 결제서비스와 비접촉식 결제방식 등으로 경쟁업계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방식으로 제공할 역량을 갖췄다”며 “빅데이터를 활용한 개인화 플랫폼도 이미 구축해 고도화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혁신 DNA를 발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위원도 핀테크·빅테크와의 경쟁에서 생존하려면 카드사가 스스로 핀테크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원이 카드상품을 단순 선택하는 기존 ‘카드 중심 서비스’에서 개인별로 차별화된 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원 결제경험 중심 서비스’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를 위해 카드사가 제공할 수 있는 부수 업무 범위를 확대하고 부가서비스 변경의 유연성을 높이는 규제 개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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