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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의 한 방 '독립수사본부 구성'... 추미애 단칼에 거절했다

1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추미애 장관(왼쪽)과 지난 2월 6일 대검 별관으로 향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모습./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 사실상의 특임검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엿새 만에 내놓은 공식 답변이다. 이는 사건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이성윤 서울지검장을 배제하겠다는 의미로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에 사실상 항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추 장관도 법무부를 통해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며 즉각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양측의 갈등이 증폭되며 최고조에 이르고 있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대검찰청은 8일 입장문에서 “(김영대) 서울고검 검사장으로 하여금 서울중앙지검의 수사팀이 포함되는 독립적인 수사본부를 구성해 수사 결과만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는 방식으로 공정하고 엄정하게 수사하도록 하는 방안을 법무부 장관에게 건의했다”고 밝혔다. 검찰총장이 수사팀을 지휘하지 않는 방식으로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고 했지만 이 지검장을 ‘패싱’함으로써 추 장관의 수사지휘에 사실상 항명한 것이다.

윤 총장의 입장이 나온 직후 법무부는 “총장의 건의사항은 사실상 수사팀의 교체·변경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문언대로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냈다.

추 장관은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윤 총장에게 구체적인 답변 시간까지 제시하며 최후통첩을 날렸다. 윤 총장의 입장이 나온 것은 추 장관의 발표문 이후 약 8시간 만이다. 하지만 추 장관은 건의내용이 언론에 공개된 지 1시간40분 만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

추 장관은 지난주 윤 총장에게 “검언유착 사건의 수사 과정에 손을 떼고 수사팀에게 보고만 받으라”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일각에서 나온 특임검사 도입에 대해서도 “때가 지났다”며 반대했지만 윤 총장은 이에 전면 반하는 답을 한 셈이다. 이로써 추 장관과 윤 총장 간 갈등은 다시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이 수사지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직접 감찰이라는 지시를 추 장관이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는데, 현실화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양측의 갈등이 봉합되지 않을 경우 결국 퇴로가 막혀버린 윤 총장이 수사지휘를 거부하고 사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추미애-윤석열 검언유착 의혹 수사 갈등 일지


윤석열 검찰총장이 8일 건의한 ‘독립 수사본부 구성’을 법무부가 즉각 거부한 배경에는 추미애 장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검찰국과 대검찰청 기획조정부 간의 물밑협상 결과 대검이 중재안을 내놓았지만 추 장관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조남관 법무부 검찰국장이 협상을 주도해 중재방안을 마련했지만 결국 추 장관이 거부하면서 양측 간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추 장관은 이날 대검의 건의를 수사지휘 불이행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이 이날 입장문에서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존중한다’고 운을 떼기는 했으나 건의한 독립 수사본부의 구조가 앞서 법무부가 반대한 특임검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독립 수사본부가 생기면 수사지휘권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서 김영대 서울고검장으로 옮겨간다. 윤 총장이 겉으로는 추 장관의 지휘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속으로는 ‘저항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만큼 법무부가 곧바로 ‘거부’ 의사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법무부·검찰의 정면충돌로 이어지며 양측의 갈등이 이제 파국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른바 ‘제2의 검란(檢亂)’이다.



◇특임검사 같은 구조…법무부 지휘 거부로 해석=실제로 대검이 건의한 독립 수사본부는 기존 특임검사와 유사하다. 특임검사는 비리 등 검사의 범죄에 관한 사건에만 예외적으로 검찰총장이 특정 검사를 임명해 수사·공소제기 등의 권한을 부여하는 제도다.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검찰총장 등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최종 수사 결과만 검찰총장에게 보고한다. 윤 총장은 이날 독립적 수사본부 설립을 법무부에 건의하면서 ‘서울고검장’을 수장으로 지목했다. 또 검찰총장이 수사지휘를 하지 않되 결과는 보고받는다는 내용을 담았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건의한 독립 수사본부의 구조는 대검 훈령 제158호(특임검사 운영에 관한 지침)에 따른 특임검사와 다르지 않다”며 “기존 수사팀이 포함된다고 하지만 앞서 반대한 특임검사를 그대로 적용한다고 보고 추 장관이 거부의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윤 총장의 건의 자체가 본인의 지휘를 따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3일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 공문은 이미 상당한 정도로 관련 수사가 진행됐고 통상의 절차에 따라 수사팀이 수사의 결대로 나오는 증거만을 쫓아 오로지 법률과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공정하게 수사하라는 취지”라고 밝혔다. 특히 “수사팀 교체나 제3의 특임검사는 이미 때늦은 주장으로 그 명분과 필요성이 없음은 물론 장관의 지시에 반하는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감찰 추진 가능…동시 사퇴 압박=추 장관이 윤 총장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만큼 법조계 안팎에서는 양측의 갈등이 ‘강 대 강’ 대치를 계속하며 결국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추 장관이 결국 감찰 등 최후의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른바 ‘검언유착’ 수사를 둘러싼 최종 협상 카드가 결렬되면서 양측 간 전면전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추 장관은 이날 오전 윤 총장에게 “9일 오전10시까지 하루 더 기다리겠다”며 “총장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윤 총장을 추가 압박하면서 입장을 표명하라는 최후통첩을 날린 셈이다. 이에 윤 총장이 독립적 수사본부 구성을 제안했지만 추 장관이 거부 의사를 분명히 나타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추 장관에게 남은 가장 강력한 카드는 윤 총장에 대한 감찰뿐”이라며 “윤 총장이 본인의 지시를 어겼다는 자체 명분을 쌓은 만큼 명령 불이행 등을 이유로 감찰을 단행할 수 있고, 이는 사퇴 압력으로 여겨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추 장관이 전례 없는 검찰총장 감찰을 현실화하면 윤 총장의 사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검찰총장 감찰이 거론된 바 있지만 실제 이뤄진 적은 없었다. 2013년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이 ‘혼외자 의혹’을 받던 채동욱 총장에 대한 감찰의 뜻을 밝히자 채 총장은 즉시 사퇴 의사를 밝혔다.

◇갈등 양상, ‘제2 檢亂’ 되나=감찰이 사실화되고 윤 총장의 사퇴 압박으로 이어질 경우 양측의 갈등은 극으로 치달을 수 있다. 앞서 대검은 전국 검사장 연쇄회의를 통해 △특임검사 도입 △검찰총장의 지휘감독 배제는 위법 △검찰총장의 거취와 연계할 사항이 아니라는 뜻을 모았다. 이날 건의도 ‘검찰 내외부 의사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수렴한 검찰 내 의견을 담아 건의한 독립 수사본부 구성을 법무부가 반대한 만큼 검찰 내에서는 이를 조직 ‘탄압’으로 읽을 수 있다. 극한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이른바 ‘검사 동일체 원칙’이 발동하고, 이는 자칫 단체행동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윤 총장과 추 장관이 여러 차례의 입장표명에서 공방을 벌이기는 했으나 검찰 내부에서 받아들이는 건 다를 수 있다”며 “추 장관이 답변 시한까지 정해주면서 본인의 지시를 이행하라는 모습이 검찰 내에서는 무리한 공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 상황을 시발점으로 이달 내 고위직 검사 인사, 검경수사권 조정 등까지 사태는 한층 악화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검사들이 윤 총장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공동 입장을 발표하는 등 단체행동에 돌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손구민·안현덕·박준호기자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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