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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덕 칼럼] 21세기 新독주 정치와 20세기 야당

전세계 신독재 바람, 민주주의 위기

포퓰리즘, 편가르기. 상식 붕괴 특징

총선 후 여권 폭주 신기록은 비상벨

이전투구, 모호한 '요당' 행태는 필패





전 세계에 신(新)독재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민주주의는 풍전등화처럼 흔들리고 있다. 최근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오는 2036년까지 집권할 길을 열어주는 헌법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한 정치학자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20년 집권론’이 겹쳐지면서 등골이 오싹했다”고 우려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비판 언론 및 야당을 ‘적’으로 규정하면서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하버드대 정치학 교수인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은 지난 2018년 출간한 책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트럼프의 민주주의 파괴를 묘사했다. 두 교수는 베네수엘라와 폴란드·터키 등 10여개국에서 민주주의가 전복되는 과정을 그려냈다. 요즘 민주주의는 쿠데타 등 무력이 아니라 투표에 의해 합법적으로 무너진다는 게 이 책의 메시지다. 두 교수는 “선출된 독재자는 사법부 등을 입맛대로 바꾸고 정치 게임 규칙을 바꿔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든다”고 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같은 해 특집 기사를 통해 ‘신독재자(new autocrat)’의 공통점을 찾아냈다. 민주주의 몰락은 카리스마적 지도자 선출-집권세력의 적(敵) 찾기-독립기관 방해·매수-장기집권을 위한 규칙 변경 등 4단계를 거친다는 것이다.

정치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모아보면 신독재에는 공통분모가 적지 않다. 우선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선심정책을 펴는 포퓰리즘과 국가·민족을 강조하는 내셔널리즘을 내세운다. 둘째, 편 가르기를 통해 다수 유권자를 대변하는 모양새를 취한다. 셋째, 행정·입법·사법부와 군대·경찰 등의 억압적 국가기구를 장악할 뿐 아니라 학교·종교·언론·시민단체 등의 이데올로기적 국가기구를 주도하거나 탄압한다. 넷째, 관용·절제의 민주주의 규범뿐 아니라 상식까지 파괴한다. 다섯째, 경제권력까지 재편하기 위해 경제·산업·에너지 정책을 전환한다.

지난해까지 외국 언론이 ‘신독재’로 분류한 나라에 한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4·15총선 이후 브레이크 없는 여권의 폭주를 보면서 민주주의 후퇴를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행정부와 의회를 장악한 데 이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까지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만들었다. 지난달 국회가 상임위원들을 일방적으로 배정한 것은 53년 만에 처음이다. 여당이 32년 만에 국회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는 등 부끄러운 신기록들이 쏟아지고 있다.



여당 대표까지 지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연일 윤석열 검찰총장을 압박해온 것은 검찰 독립을 무너뜨리는 행위다. 이런 상황에서는 권력 비리 수사가 이뤄질 수 없다. 나랏빚이 급증하는데도 현금 살포 복지를 확대하는 것은 포퓰리즘의 대표적 사례다. 야권 세력을 ‘적폐’로 몰아붙이는 것은 적 찾기 전략의 일환이다. 여권 지도부가 조국·윤미향 사태를 거치면서 명백한 잘못마저 감싸는 바람에 상식이 허물어지고 있다.

한 정치학자는 “집권세력이 프로선수들처럼 고도의 전략전술로 21세기식 독주 정치를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야당이 ‘20세기식 아마추어 투쟁’으로 맞서면 백전백패한다. 단식과 상습적 거리 시위, 의원직 총사퇴, 국회 몸싸움과 막말 등 진흙탕싸움식 대응을 하는 것은 미사일에 낡은 소총으로 맞서는 격이다. 또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이끄는 미래통합당이 여당도 야당도 아닌 ‘요당(요상한 당)’ 같은 행태를 계속 보이면 결국 상대를 넘어설 수 없다. 민주주의를 복원하려면 견제에 나선 야당이 뼈저린 반성을 토대로 21세기형 스마트 대응 전략을 펴야 할 것이다. 우선 국민의 마음에 다가가기 위해 온·오프라인 곳곳에서 여론 형성을 위한 진지전을 펼쳐야 한다. 실력을 쌓고 열정을 다해 집권세력의 아킬레스건을 압축된 화두로 콕 집어낼 수 있어야 같은 체급으로 링에 오를 수 있다. 두 번째, 정권에 등을 돌리는 모든 세력의 연합전선을 꾸려야 한다. 셋째, 양극화 해소 대안을 내놓고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하지 않으면 정권 교체는 연목구어다. 마지막으로 도덕성을 갖추고 상식과 규범 회복을 위한 사회운동을 주도해야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영원한 권력은 없으므로 결국 사필귀정이다.

/김광덕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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