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연내 3차 북미정상회담을 원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의 독립기념절 행사 DVD를 소장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10일 3차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한 담화에서 “며칠 전 TV보도를 통해 본 미국독립절기념행사에 대한 소감을 전하려고 한다”며 “가능하다면 앞으로 독립절기념행사를 수록한 DVD를 개인적으로 꼭 얻으려 한다는데 대하여 위원장동지로부터 허락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한반도 평화를 가늠할 북미 비핵화 협상과 관련 현안 문제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알리는 담화문에는 어색한 내용입니다. 이는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우호 관계를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요구사항이 지극히 사적인 요구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특히 김정은과 트럼프 사이의 특별한 친분 관계로 인해 미국 대통령 선거 이전까지 전략무기 도발은 가능한 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시사한 대목은 특히 눈여겨봐야 한다”며 “아직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 유지는 필요하다는 전략적 계산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사실상 결별을 선언하는 조치가 될 수 있는 SLBM 등과 같은 전략무기 시험발사는 당분간 조건부로 유예한다는 명확한 의사표시”라고 해석했습니다.
‘북미 비핵화 협상 레드라인(금지선)’에 준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도발을 유예함으로써 오는 11월 3일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우회 지원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외교가에서는 정상 간 톱다운 방식이 아닌 실무협상을 중시하는 미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북미 비핵화 협상 동력이 상실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실제 바이든 전 부통령의 선거캠프 공식 웹사이트에는 북미 비핵화 협상과 관련 “협상팀에 힘을 실어줄 것”이며 “동맹국은 물론 중국 등과의 공조를 통한 조율된 대북 캠페인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6자회담 회귀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이는 같은 민주당 출신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취한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대북정책으로 북한과 적극적으로 협상하기보다 북한 스스로 변화하길 기다리는 전술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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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전 부통령이 대북정책과 관련 전략적 인내 정책을 다시 펼 경우 대북제재 완화를 통해 경제발전을 꾀하고 있는 김 위원장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김 위원장은 대미 협상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친서를 주고받으며 실무협상보다는 정상 간 담판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과 김 제1부부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응원한 것도 이러한 배경이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김 제1부부장은 “위원장 동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에서 반드시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원한다는 자신의 인사를 전하라고 하시였다”며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원한다는 속내를 드러냈습니다.
임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관계 강조, 트럼프쇼로 불리는 이번 독립기념일 행사DVD, 트럼트 대통령의 사업, 즉 대선에서 반드시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원하는 메시지 발신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를 염두에 둔 전략적 포석으로 보인다”며 “비핵화 협상 진전과는 별개로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 관계 유지는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실익이 된다는 판단을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진단했습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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