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한 서민들이 폭등하는 닭값에 치킨 한 마리를 못먹는 것은 ‘호식이 두 마리 치킨’ 같은 다치킨자들의 책임입니다. 국민들은 모두 서민답게 치킨 한 마리씩을 시켜먹는데 소위 돈 좀 있다는 자본가들이 한 번에 두 마리씩 맛있는 치킨을 시켜먹어 상대적 박탈감을 줍니다.”
다주택자를 겨냥한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한 청원글이 회자되고 있다. 14일 ‘치킨계의 다주택자 호식이 두 마리 치킨을 규제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이 글은 주택을 ‘치킨’에 비유해 현 상황을 풍자했다. 다주택자를 ‘다치킨자’, 일시적 2주택자를 ‘일시적 2치킨’으로 묘사하며 조롱하는 식이다.
청원인은 글에서 “그래도 두 마리의 치킨을 팔겠다면 ‘일시적 2치킨’의 경우에는 한 마리를 다 먹은 후 나머지 한 마리를 1시간 내 다 먹지 못할 시 양도세로 징벌하라”고 했다. 정부가 집을 처분하며 새로 구매하는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해 일정 기간 내 기존 집을 처분해야 한다는 규제를 내 건 것을 비꼰 것이다.
각종 ‘징벌성 세금’에 대해서도 풍자를 이어갔다. 청원인은 “조정지역 내에서 감히 치킨을 두 마리나 먹을 시 다리를 뜯으면 날개를, 날개를 뜯으면 어깨봉을 보유세로 뜯어내 사회적 평등을 이뤄달라”며 “치킨을 먹은지 얼마 되지도 않은 놈이 감히 건방지게 또 치킨을 시켜먹으면 바삭바삭한 닭껍질과 콜라를 취득세 명목으로 뜯어내 달라”고 했다. 이어 “은퇴한 나이드신 어르신이 비싼 메뉴를 드시려 하거든 아예 밥그릇 자체를 종부세 명목으로 박살내 달라”고 덧붙였다.
전체적으로 보면 각종 부동산 규제가 시장경제논리를 해치고 서민들의 부담을 키운다는 불평인 셈이다.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상황을 해학적으로 풀어내면서 되레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청원글은 올라온 지 하루가 지난 15일 현재 1만700여명이 동의한 상태다. 한 네티즌은 “역시 나라가 어려울 때 풍자로 승화하는 민족”이라며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 청원글은 이날 널리 확산되면서 화제에 올랐지만 결국 청와대 홈페이지 관리자 측에 의해 삭제됐다. 청와대 측은 게시물을 비공개하면서 “사전동의 100명 이상의 요건을 충족했지만 청원 요건에 위배돼 관리자에 의해 비공개됐다”고 설명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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