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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여군, 상사에 성추행·살해당해…미 전역 진상조사 요구 봇물

가해자인 상사, 피해자 살해하고 본인도 극단선택

의회에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 들끓어

12일(현지시각) 미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서 바네사 기옌을 추모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AFP연합뉴스




미국에서 상급자에게 성추행 당한 여군이 살해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성추행과 살해 의혹을 받는 남성은 스스로 목숨을 끊고 미 전역에서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14일(현지시각)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미국 여군 바네사 기옌(20)은 지난 4월 22일 미 텍사스주의 포트후드 군 기지에서 실종됐다. 기옌은 실종 전 가족과 친구들에게 “애런 로빈슨을 포함한 상관 2명이 자신을 성추행했다”면서 “보복이 두려워 신고하진 못했다”고 전했다.

이후 2개월 간 대대적 수색 작업이 벌어진 끝에 지난달 말이 돼서야 기옌의 시신 일부가 발견됐다. 기옌을 성추행하고 살인한 용의자로 지목된 로빈슨은 수사가 계속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로빈슨의 여자친구도 시신 유기를 도운 혐의를 인정해 기소됐다.

미 전역에선 기옌을 추모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집회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지난 12일 기옌이 군 생활을 했던 텍사스주에선 시위대 수백명이 거리로 나왔다. 시위대는 기옌의 사진과 악기를 들고 ‘우리가 기옌이다’ ‘기옌을 위한 정의’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며 거리를 행진했다. 텍사스주 포트워스엔 군복을 입은 기엔의 모습을 그린 대규모 벽화가 등장했으며 시민들은 꽃과 과일, 풍선으로 그를 추모했다.



6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 오스틴에 바네사 기옌을 추모하는 벽화가 그려져있다. /AFP연합뉴스


추모 열기는 미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이날 캘리포니아 주 로스엔젤레스에선 집회가 열렸다. 지난 11일 샌안토니오에서도 집회 ‘기옌을 위한 정의’가 대규모로 열렸다. 당초 수백 명 정도가 모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인근 자동차와 오토바이 동호인들이 대거 참여해 1,000대가 넘는 차량이 모이는 장관이 연출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워싱턴 등 미 주요 도시에서도 기옌을 추모하기 위한 공간이 마련됐다. 소셜 미디어에서도 ‘#내가 바네사 기옌이다’ ‘#ME TOO’ 같은 해시태그가 등장했다.

미국 내 참전용사 등 4,000명은 국방부와 의회에 기옌의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보냈다. 트리스테자 오덱스 퇴역해병대 병장은 “우리는 바네사 기옌”이라며 “그것은 우리의 이야기일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90여명의 의원들은 기옌과 관련한 사건의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서한에 서명을 했다.

군 내에서 상관에 의한 성추행 피해를 본 여군들의 증언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기옌의 가족들도 군인들의 성범죄를 신고할 수 있는 독립적인 기관을 만들라고 의회에 요구하고 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최근 의회에서 “군이 성희롱·성폭행을 예방하거나 피해자와 생존자를 돕기 위해 충분한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며 “성폭력에는 무관용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 성추행이 줄어들거나 피해자가 신고로 인한 보복을 당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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