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준 미래통합당 의원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뉴딜’의 전국민고용보험 확대 계획에 대해 “‘전 국민 고용보험’이란 포플리즘적 용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의무 고용보험 가입대상조차 관리가 안 되는 상황에서 무분별하게 적용대상만 늘리겠단 정부의 구상도 문제지만, 그 청사진 속에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이 보이지 않는단 비판이다.
유 의원은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정권 초기에 국민연금 개혁을 유보한 문재인 정부에 “이미 실망했다”며 “전 국민 고용보험도 포퓰리즘 정책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고용보험에 가입한 취업자만 해도 절반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내 취업자 2,736만 명 가운데 고용보험 가입자는 48.6%인 1,330만 명이었다. 이에 대해 “자영업자나 특수고용자(특고)는 사용자가 없어 보험료를 어떻게 부담해야 하는지의 문제가 있고, 철밥통으로 취급되는 공무원이나 교원은 빠져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65세 이상 취업자와 주 15시간 미만 아르바이트생도 대상에서 제외됐다. 또 고용보험 가입 대상자 388만 명은 사업주와 근로자 간 합의로 보험료 납부를 기피한다.
그동안 정부는 이런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국가가 사회보험료 일부를 지원하는 두루누리 사업을 진행했지만, 정책 효과는 미미했다. 8년 전 해당 사업을 직접 설계한 유 의원은 “초기 2~3년은 방아쇠 효과로 가입이 일시적으로 증가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가 줄어 1조가 넘는 예산만 낭비 중”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의 일방적인 지원 대신 고용보험 미가입자에 대한 개인 맞춤형 처방을 제안했다. 그는 “한국에선 고용지원센터 상담사가 실업자를 딱 5분 상담하지만, 독일·벨기에· 네덜란드 등에선 최소 1시간 이상 상담을 하면서 실업 원인을 심층 분석해 개인별·사유별 맞춤형 처방을 내린다”고 설명했다. 고용보험 이외에도 존재하는 다양한 사회부조와 사회서비스를 활용하는 맞춤형 처방이 필요하단 것이다.
한편 지난해 2조 원 넘는 손실을 기록한 고용보험기금 고갈 문제에도 재원 마련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유 의원은 전 국민 고용보험이 성공하려면 건강보험처럼 예외 없는 전 국민 의무가입으로 소득 재분배가 강조된 설계를 조언했다. 그는 “공무원, 교원과 같이 정년이 보장되는 직업군 160만 명을 고용보험에 포함해 연간 2조5,000억가량의 기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 정부는 확대된 고용보험 대상자의 보험료를 어떻게 부담할지조차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는 현재 추세로 갈 경우 “문 대통령 임기 내에선 현재 산재보험에 가입된 14개 특고 노동자만 고용보험에 포함하고 자영업자나 다른 특고 노동자는 임의가입 상태로 두고 차기 정부에 부담을 넘길 것”이라며 “그게 아니라면 전 국민 고용보험 확대를 위한 대상과 재원조달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혀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유 의원은 국민연금 개혁에 미적지근했던 정부의 태도를 상기하며 “지도자의 결단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60%까지 올리려면 연금보험료를 2배 가까이 올려야 하는데, 국민은 사회보험료를 세금처럼 생각해 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점을 파악한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이 원하지 않는 국민연금 개혁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며 이는 포퓰리즘적 발상이라 지적했다. 그는 “지도자라면 정부, 국회, 국민을 설득해 세금 퍼주기 식이 아닌 생산적인 사회안전망 서비스를 구축해야 한다”며 “그게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국가의 책무”임을 강조했다. 유 의원은 최근 출간한 저서 ‘노동의 미래’에서도 이 같은 비판을 구체적으로 담아냈다.
아울러 그는 사회안전망 정책과 고용 유연성 정책의 동반 효과를 강조했다. 고용의 질을 높이려면 이념의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단 설명이다. 가령 지난 2015년 ‘9·15 노사정 대타협’의 양대 지침’의 경우 “근태 불량 근로자에게 여러 차례 경고하고 훈련을 시켜도 개선되지 않으면 정당한 사유로 해고할 수 있는 정책”이라며 “그런데 ‘쉬운 해고’란 프레임에 묻혀 폐기됐다”고 한탄했다. 이어 “민간 부문에선 대기업과 공기업처럼 과보호 받는 근로자가 있어서 임금체계를 개혁하지 않는 한 기업에선 비정규직을 올려주는 데 한계가 있다”며 고용 유연성의 필요성을 되짚었다. 비정규직 문제도 결국 “‘일자리’를 정규직화해야지, ‘사람’을 정규직화하면 안 된다”며 “상시·지속적인 업무는 정규직으로 하고, 경쟁을 통해 채용해야 한다”고 짚어냈다. 이어 “비정규직의 정의부터 다시 해야 한다”며 “자발적인 시간제 근로자가 60%인데 그들도 비정규직으로 정의하면 답이 없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인상 정책의 빈곤 해소 효과에도 의문을 던졌다. 그는 “소득 양극화와 빈곤 상관없다.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 중 빈곤 가족은 15%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 임금 근로자가 90%를 차지하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자영업자 비율이 25%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올려도 애초에 소득주도성장이 어려운 구조임을 단언했다. /김혜린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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