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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정책·제도
"공급대책 맹탕되나"...그린벨트에 숟가락 얹는 정치권
청와대에서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당정 간에 의견을 정리했다”고 밝힌 지 이틀 만에 정세균(사진) 국무총리가 ‘신중론’을 제기하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정부 내에서도 다른 의견이 나오자 청와대가 (해제를) 논의하자는 당정의 입장이라며 이견은 없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정 총리 외에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여권의 유력 잠룡 및 서울시장 후보가 당정청이 그린벨트와 관련해 내는 메시지와 결이 다른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자 현 정부와의 차별화를 통한 민심 잡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대선을 1년8개월, 서울시장 등을 선출하는 재보궐선거를 9개월 앞두고 벌써부터 ‘원심력’이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린벨트 해제 반대” 정 총리 이례적으로 청과 이견 표출
정 총리는 19일 당정이 검토 중인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방안에 대해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옳다. 그린벨트는 한번 훼손하면 복원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 총리는 이날 모 방송에 출연해 이같이 말한 데 이어 국토교통부가 직권으로 해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법적으로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정책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답했다. 사실상 직권해제마저 하지 못하게 못을 박은 것이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아직 (대책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인데 책임 있는 당국자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국민을 혼란하게 하고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어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정 총리의 이번 발언이 청와대와 당정을 우회적으로 겨냥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앞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7일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당정 간에 의견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정부와 여당은 물론 청와대도 의견 일치를 봤다는 의미다.

혼선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날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울 그린벨트를 통한 주택공급은 득보다 실이 크다”며 “도심 재개발을 활성화하고 용적률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그린벨트를 풀어 서울과 수도권에 전국의 돈이 몰리는 투기판으로 가게 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린벨트 해제를 놓고 논란이 커지자 이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라며 진화에 나섰다. 이렇게 되자 ‘도대체 어느 말을 믿어야 되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주택공급 대책의 핵심은 시장에서 원하는 곳에 양질의 물량을 많이 공급하는 것”이라며 “벌써부터 통일되지 않은 멘트가 쏟아지면서 결국 시장에 혼란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文 지지율 하락에 재보선·대선 앞두고 분열하는 여권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부동산 공급대책과 관련해 말을 아껴왔던 정 총리가 이례적으로 관련 발언을 한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 총리 발언을 듣고는 좀 놀랐다”며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며 좀처럼 갈등을 유발할 만한 발언은 하지 않는 정 총리인데… 아마 그린벨트 해제가 아닌 다른 방식의 공급대책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린벨트 해제 선 긋기’에 나선 여권의 주요 인사는 정 총리뿐만이 아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이어 여권 대선주자 지지율 2위인 이재명 지사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린벨트 해제 검토와 관련해 “서울 핵심요지의 그린벨트를 훼손하는 방식보다 도심 재개발, 도심의 용적률 상향, 경기도 일원의 신규 택지 개발 등을 통해 공급을 늘리는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린벨트 해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18일 “그린벨트를 풀어 서울과 수도권이 전국의 돈이 몰리는 투기판이 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7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제345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 참석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급기야 청와대도 관련 메시지를 재차 냈다.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해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라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취재진과 만나 “좀 더 고민해야 한다”며 “효과라든지, 비용이라든지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총리와 김 실장의 메시지는 다르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당정청 메시지에 반하는 여권 주요 인사의 발언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불만 고조 등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갤럽이 17일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해 부정평가한 응답자 가운데 가장 많은 23%가 그 이유로 부동산정책을 꼽았다. 문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5월 넷째주(65%) 이후 7주 연속 하락해 지난주에는 46%까지 내려갔다.



공급대책, 결국 시장에서 신뢰 못 얻나
전문가 사이에서 그린벨트 해제의 실효는 논란이 분분하다. 하지만 일시적 효과는 어느 정도 있을 것이라는 데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한다. 빈 땅이 거의 없는 서울에서 대규모 공급을 하기에 이보다 나은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은 유휴부지가 많지 않은 만큼 대규모 공급을 위해서는 그린벨트 해제 등이 필요하다”며 “공급 물량이 어느 정도 될지가 관건인데 시장의 예상 수준을 넘어서면 강남 3구의 집값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도 실효 여부를 떠나 해제가 갖는 상징성에 주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현재의 논의 상황을 볼 때 곧 나올 공급 대책의 경우 시장에서 원하는 수준을 맞추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서울시는 그린벨트를 풀지 않는 대신 재건축 규제를 일부 완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결국 재건축 규제 완화도, 대규모 주택공급도 아닌 자투리땅 개발 등의 내용을 담은 제한적 공급 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 셈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의 그린벨트 면적은 150.25㎢가량 된다.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서초구가 23.89㎢로 가장 넓고 강서구(18.92㎢), 노원구(15.9㎢), 은평구(15.21㎢), 강북구(11.67㎢) 등의 순이다. 강북·은평구 등 서울 북부권은 경사도 측면을 고려하면 택지개발 가용면적이 넓지 않아 주택 대상지로는 부적합하다는 평가다. 강서구 그린벨트는 김포공항 인근에 자리하고 있는데 이 지역은 3기 신도시인 부천 대장지구 인접지역이어서 각종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그렇다면 정부의 선택지는 강남구 세곡동과 서초구 내곡동 일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지역은 이명박 정부 당시 보금자리주택을 짓고 남은 땅으로 보존가치도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린벨트는 도시의 무질서한 팽창을 막고 주변 녹지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법적으로 지정한 구역이다. 역대 정부는 주택공급 등을 목적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했고, 집값이 상승하자 노무현 정부 역시 국민임대주택 건립을 목적으로 약 3.47㎢의 서울 그린벨트를 해제했다. 세금과 거래제한으로 수요를 막고 재건축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도 집값이 잡히지 않자 서울 지역의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대규모 공급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임지훈·박우인·권혁준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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