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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두발로, 두바퀴로 한나절 '江캉스'...황홀한 야경은 덤

템스강·센강보다 아름다운 한강

광나루서 양화까지 11개 공원 조성

8년전부터 역사탐방 프로그램 운영

지명에 얽힌 사연 배우는 재미 쏠쏠

돗자리 펴고 시원한 강바람 맞으며

배달음식 시켜 먹으면 스트레스가 싹

청담대교 아래로 펼쳐진 뚝섬 한강공원의 전경.




오래전 프랑스 파리의 센강과 영국 런던을 가로지르는 템스강을 보고 적잖이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서울에서 매일 드넓은 한강을 보면서 살다 보니 다소 과장을 섞자면 템스강과 센강이 그냥 개천 정도로 여겨졌다. 예쁜 여객선이 다니고 강변에 아름다운 건물들이 들어서 이국적 풍경을 연출하기는 했지만 규모나 경관만 놓고 보면 서울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한강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그 후 부다페스트의 다뉴브강과 빅토리아폭포 상류의 잠베지강에 가서야 세상에는 한강 만한 강이 또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다 문득 볼 때마다 가슴이 탁 트이는 한강을 제대로 들여다 본적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강 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거나 여의도로 불꽃놀이 구경을 갔을 때, 아니면 인근에 볼일이 있어 고수부지 주차장에 차를 댈 때를 제외하면 따로 한강을 찾을 일은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작심을 하고 한강을 찬찬히 살펴보기로 했다. 지하철 7호선을 타고 청담대교를 지나면서 창밖을 볼 때면 ‘왜 사람들은 시도 때도 없이 한강에 몰려들까?’ 궁금해지고는 했는데, 그 궁금증을 직접 해소해보고 싶었다.

뚝섬한강공원 옆에는 강변의 북쪽을 따라 자전거 길도 나있다.


한강에는 광나루·잠실·뚝섬·잠원·이촌·반포·망원·여의도·난지·강서·양화 등 모두 11개의 공원이 있다. 11개의 공원은 이들의 존재를 온전히 아는 이들만의 것이다. 근처에 살고 있거나 방문해 본 적이 있는 주민들의 차지다. 강에서 거리가 먼 곳에 거주하는 서울 시민의 대다수는 지하철이나 자동차를 타고 다리를 건널 때만 한강을 바라볼 뿐이다. 지방에서 서울로 여행을 온 이들이나 외국 관광객들에게도 한강은 관광지가 아닌 그저 도심을 관통하는 풍경일 뿐이다.

뚝섬한강원공원 산책로.


그렇게 공공연하게 ‘은둔’하고 있는 한강의 가치를 확인하기 위해 처음 찾아본 곳은 뚝섬 한강공원이었다. 서울시 산하 한강사업본부는 한강을 가꾸기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2012년부터 한강역사탐방 프로그램 12개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중 두 번째가 ‘한강 역사탐방 뚝섬나루길’이고 뚝섬공원은 그 코스 안에 있다. 김효 한강역사해설사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프로그램이 중단되기 전까지도 “가족, 학생 단체들에 인기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을 모르고 살았던 서울 시민이 비단 기자뿐만은 아닐 것이다.

김 해설사에게 들었던 얘기를 떠올리면서 뚝섬유원지역 2번 출구로 나가 공원으로 접어드니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한강을 완상하고 있다. 하류로 떨어지는 햇살은 강물에 반사돼 금빛 비늘처럼 빛났다.

뚝섬한강공원 자벌레 건물은 원래 전시관과 교육장으로 사용됐지만 지금은 코로나19로 잠정 휴관 중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뚝섬을 옛사람들이라고 모를 리 없었다. 일제강점기 서울시민들은 뚝섬유원지 백사장 인근까지 ‘기동차(내연기관으로 움직이는 차)’를 타고 와 물놀이를 즐겼다. 그래서 지금도 뚝섬역 근처에는 ‘기동차길’이라는 거리 이름이 남아 있다. 게다가 뚝섬은 홍수가 나면 물이 들고나는 배후습지여서 생태환경이 탁월했다. 다양한 생물종이 번식해 조선조에는 사냥터로도 활용됐는데 태종과 세종은 이곳을 찾아 사냥을 즐겼고, 매를 이용해 꿩사냥을 하기도 했다. 응봉동(鷹峰洞)의 ‘응’자가 매를 의미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막연하게 뚝섬이라는 이름이 강둑에서 기원한 것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김 해설사는 “임금이 사냥을 오면 주변에 알리기 위해 걸었던 깃발 이름이 ‘독기’였다”며 “새의 깃털로 만든 독기가 걸리는 섬이라는 뜻에서 ‘독도’라고 불리다 뚝섬으로 굳어진 것”이라고 설명해줬다.



뚝섬에는 궁궐에서 필요로 하는 말을 방목하던 목장도 있었다. 중랑천과 한강에 둘러싸여 말을 방목하기에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이다. 북쪽의 면목동은 목장을 면한 지역이라서 붙은 이름이고, 장안평은 ‘마장 안에 있는 넓은 들’이라는 의미다. 마장동이라는 동네 이름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병자호란 이후로 청나라는 조선으로 하여금 현대의 기갑부대에 해당하는 기마부대를 갖지 못하도록 해, 일대의 목장은 사라지고 말았다. 뚝섬에 깃든 이런저런 사연을 반추하는 동안 반포 쪽에 걸려 있던 해는 아주 넘어가 버렸다.

해가 지고 땅거미가 주위를 덮자 뚝섬 한강공원을 찾는 사람의 숫자는 더욱 늘어났다. 돗자리를 펴고 음식을 먹는 사람, 계단에 앉아 강물을 바라보는 연인들,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부부…. 계단에 앉아 남쪽을 바라보니 송파와 강남의 빌딩 숲에 하나둘 불이 들어오고 있었다. 해가 저문 뚝섬의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글·사진(뚝섬)=우현석객원기자

청담대교 아래로 펼쳐진 뚝섬 한강공원의 전경.


◇뚝섬한강공원 이용Tip

1. 뚝섬한강공원에서는 취식이 가능해 음식을 준비해오거나 배달시켜 먹을 수 있다. 다만 배달 주문할 경우 배달직원이 공원으로 들어올 수 없어 뚝섬유원지역 2번 출구 앞에서 인수해야 한다.

2. 돗자리를 펴고 휴식을 할 수 있고, 그늘막이나 텐트를 칠 수도 있다. 지하철역 앞에 대여해주는 곳도 있다.

3. 근처에서 낚시를 할 수도 있는데 낚시구역은 따로 정해져 있어 아무 곳에서나 하면 안 된다.

4. 자전거대여점 운영시간 09:00~18:00

5. 축구장·농구장·테니스장 이용은 예약을 해야 한다.(한강사업본부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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