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의대 정원 확대가 지역 의료공백 해소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경실련 은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정원 증원 방식은 ‘땜질식 대책’으로, 늘어나는 의료 이용량을 감당할 수 없고 지역 간, 전공과목 간 고질적인 의사 수급 불균형 문제도 해소하기 어렵다”면서 계획 재검토를 촉구했다. 경실련은 “지역의사 양성을 위해서는 권역별로 독립적인 공공의대를 설치해야 하고, 동시에 기존 의대 정원도 대폭 증원해 다양한 의료인력 수요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정부의 상황 인식에는 동의하면서도 의료 인력 증원 계획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 의대에서 같은 교육을 하면서 선발방식만 이원화하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지역의사 특별전형은 기존 의대 일반과정과 지역의사과정 학생 간에 우열의식을 만들어 사명감과 자부심 있는 지역의사를 양성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며 “지역 보건의료에 헌신하는 책임 있는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독립된 교육과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대안으로 권역별 공공의대 설치를 제안했다.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별도의 의대를 신설해야 하고 정원은 100∼150명 규모가 적당하다고 밝혔다. 또 경실련은 공공의료·보건기관뿐 아니라 의료정보와 제약, 의사과학자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할 인력을 기르기 위해 기존 의대 정원도 대규모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의사 수는 약 7만4,000명이 부족한 것으로 추산되는데, 연간 400명씩 증원하는 방식은 의사 부족을 해소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기간 적체된 의사 부족 문제를 개선하고 빈약한 공공의료체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정부는 공개적 논의를 통해 연간 400명 증원 규모에 대한 객관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사 인력이 수도권 종합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에 쏠려있어 지역 공공의료 인력에 공백이 생기자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역의사제를 고안했다. 지역의사는 특정 지역에 일정 기간 의무 복무하는 의사를 뜻한다. 지역 의료인력 부족은 지금껏 의료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는데,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났다. 지난 2∼3월 신천지 관련 집단감염으로 대구·경북지역에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했을 때 지역 병상과 의료인력 부족으로 인해 환자들이 치료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지역의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당정의 의대 입학정원 증원 논의도 탄력을 받게 됐다.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리려는 이유 중 하나는 지역의사를 양성하기 위함이다. 내년도부터 의대 입학정원을 늘려 10년간 4,000명의 의사를 추가로 양성하는데, 이 가운데 3,000명은 지역의사 특별전형을 통해 선발해 지역의사로 육성할 방침이다. 나머지 1,000명 중 500명은 역학조사관·중증외상·소아외과 등 특수 분야 인력으로, 500명은 기초과학 및 제약·바이오 분야 연구인력으로 충원할 예정이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는 2.04명으로 OECD 평균 3.48명에 미치지 못하는 등 의사가 부족하고, 이들 인력이 수도권에 쏠려있어 지역 불균형 문제가 심각하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의사 수가 가장 많은 서울도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가 3.12명으로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하고 경북은 1.38명, 충남과 울산은 각각 1.50명, 1.53명으로 OECD 평균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지역 보건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의사 수도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전국 보건소 256곳 중에서 소장이 의사인 경우는 40.6%인 104곳에 불과했다. 현재 한해 의대 정원은 3,058명이다. 의대 정원은 김영삼 정부 시절 정원 40명 규모의 의대 9개를 신설하면서 3,253명으로 늘어났지만, 2000년 의약분업 반대 의사 파업 과정에서 정원이 10% 감축됐고 이후 15년간 동결됐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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