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 측이 두 번째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기에 앞서 검찰에 먼저 문의했었다고 밝혔다. 피해자 측은 또 “서울시는 조사의 주체일 수 없고 책임 주체”라며 합동조사단 참여를 거부하면서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번 사안을 조사해줄 것을 촉구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와 피해자 측 변호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22일 서울 중구의 한 기자회견장에서 2차 회견을 열고 “지난 7일 (고소장 작성이) 완료된 상태에서 피해자와 상의한 다음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에게 연락하고 면담 요청을 했다”며 “(여조부장은) 고소되기 전에 면담하는 것은 어렵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중앙지검으로 접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 8일 오후에 서울지방경찰청에 연락했다”며 “고소장을 접수하면 바로 조사를 진행해달라고 요청했고 그 길로 서울경찰청에 가서 다음날 새벽까지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신속한 증거 확보와 수사를 위해 바로 조사받을 수 있는 경찰에 사건 접수를 하게 됐다는 의미다. 김 변호사의 발언에 대해 중앙지검 측은 “해당 부장은 (고소장 접수 전 면담이) 절차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사전면담은 어렵다고 안내했다”면서 “중앙지검은 김 변호사와의 통화 사실 및 통화 내용, 고소장이 경찰에 접수된 사실에 대해 상급기관에 보고하거나 외부에 알린 사실이 일절 없다”고 밝혔다.
피해자 지원단체는 “서울시는 이 사안에서 책임의 주체이지 조사의 주체일 수 없다”며 서울시의 합동조사단 참여 거부 의사를 밝혔다. 앞서 서울시는 조사단 구성을 위해 지원단체에 네 차례에 걸쳐 공문을 보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서울시가 구성하는 조사단에 조사 대상이 되는 서울시 공무원이 명명백백히 사실을 말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거부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 소장은 “서울시 자체조사가 아니라 외부 국가기관인 인권위가 긴급조치, 직권조사, 진정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피해자 측은 다음주 중으로 인권위에 진정조사를 신청할 예정이다. 이처럼 여성단체들이 참여 거부 의사를 고수하자 서울시는 합동조사단 구성 방침을 철회하고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경찰은 박 전 시장 유족 대리인과 서울시 측이 참여한 가운데 휴대폰 봉인해제 등 디지털포렌식 작업에 착수했다. 휴대폰 비밀번호가 풀려 포렌식 절차가 진행 중이며 분석이 마무리되는 대로 선별 절차 등을 거쳐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한편 경찰이 신청한 서울시청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은 이날 오전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피해자를 대리하는 변호사 입장에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피고소인의 사망으로 인해 피해자가 치열한 법정 공방을 할 권리조차 박탈당했기 때문에 유감스럽다”고 말했다./김태영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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