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의 폐쇄를 명령하면서 미중 관계가 얼어붙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무역전쟁과 영사관 폐쇄는 차원이 다른 일인 만큼 충격파도 큽니다.
다만, 여러 차례 설명 드렸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위는 자세히 따져봐야 합니다. 역시 이번 휴스턴 주재 총영사관 폐쇄를 두고도 정치적인 해석이 쏟아집니다.
샌프란시스코 닫으려다 선회...늘 중국 배려하는 트럼프
이번에도 비슷한 모습이 연출됐습니다. 트럼프 정부가 대중 관계를 고려해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은 휴스턴을 골랐다는 건데요.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 정보기관 업무는 실리콘밸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 영사관을 중심으로 뉴욕과 시카고에 집중돼 있습니다. 반면 휴스턴 중국 영사관은 에너지 분야를 담당하지만 일반 비자 업무가 주라는 겁니다.
물론 휴스턴에도 MD앤더슨 암센터를 비롯해 바이오기업이 많지만 샌프란시스코에는 실리콘밸리와 바이오클러스터, 스탠퍼드대와 UC버클리, UCLA 같은 학교들이 몰려 있습니다. 포린폴리시는 “국무부 관계자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 폐쇄를 검토했지만 규모와 중요성 때문에 하지 않았다”며 “샌프란시스코에는 중국계 미국인이 많고 수많은 비자가 처리된다. 반면 휴스턴은 중요도가 낮았다”고 전했는데요.
샌프란시스코에는 대규모 차이나타운도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을 바로 닫게 했다가는 충격파가 엄청나게 컸을 겁니다. 뉴욕타임스(NYT)도 “휴스턴 영사관 폐쇄는 다른 공관보다 양국 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수 있다”고 봤는데요. CNN조차 “이번 조치가 정치적으로 매우 신중하게 조정된 표적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고 했습니다. 상황은 다르지만 입장을 바꾸면 이해가 쉽습니다. 공관 폐쇄는 분명 안 좋은 일이지만 휴스턴과 샌프란시스코, 혹은 뉴욕이나 LA가 갖는 의미는 크게 다릅니다.
이 같은 이유로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의 이언 브레머 회장이 운영하는 지제로(GZERO) 미디어는 미국 정부의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를 두고 “단기적 영향은 미미하다”고 단언했습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국면전환을 위해 중국 때리기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에게 유일하게, 그리고 국민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것이 중국입니다. 그러면서도 1단계 무역합의는 유지하기를 원하죠. 트럼프 대통령이 털어놨듯 올해 2단계 무역협상은 없습니다. 중국도 11월 대선 결과를 보고 나서야 움직일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금 상황에서 2단계 무역합의는 하기 힘들죠. 1단계 유지와 함께 중국 때리기, 중국과 바이든 엮기에도 벅찹니다.
결국 중국은 비례대응의 원칙에 따라 중국 내 미국 총영사관을 문 닫게 할 겁니다. 앞으로 두 나라는 계속 펀치를 주고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미국과 중국이 선을 넘느냐입니다. 아직까지는 살얼음을 걷고 있지만 판 자체가 깨지지는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월가에서는 애플과 나이키처럼 중국 사업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기업들의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계속되는 유동성에 큰 타격이 없다는 반론도 적지 않죠.
다만, 누적된 갈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게 중론입니다. 한번에 뻥하고 터질 수 있는 것이죠. 지제로 미디어는 휴스턴 총영사관 측이 미국 정부의 폐쇄명령에 이어 종이와 문서를 태운 것을 비유해 “영사관 폐쇄 자체는 연기일 뿐이지만 그 아래의 불(미중 갈등)이 점점 더 크게 타오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우리가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이 밑의 불입니다. 미 경제방송 CNBC는 “분석가들은 미국과 중국이 이 갈등을 얼마나 오래 지속할지 불확실하다”고 전했는데요. 아직은 중국과 완전히 사이가 틀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트럼프이지만 선거를 고려하면 무슨 짓을 할지 모릅니다. 그의 비선 참모 로저 스톤도 돌아왔습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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