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사고부터 처리하고 가라면서 ‘구급차’를 막아서 폐암 말기 응급 환자 이송을 지연시켜 국민적인 공분을 샀던 택시기사 최모(31)씨가 24일 구속영장 심사를 마치고 나와 돌연 유족에게 유감을 표했다.
최씨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전만 하더라도 “유족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뭘!”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최씨는 이날 오전 10시25분쯤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동부지방법에 도착했다. 이후 “(구급차를 막아섰을 당시) 사망하면 책임지겠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책임지겠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답하며 법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후 서울동부지법 권덕진 부장판사는 특수폭행(고의사고)·업무방해 등 혐의를 받는 택시기사 최씨의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다. 낮 12시경 심사를 마치고 나온 최씨는 “구급차를 왜 막았느냐”, “환자가 응급환자인걸 몰랐느냐”는 질문에 “앞으로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답변했다.
취재진이 “유족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묻자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며 달라진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어 “책임은 어떻게 질 생각이냐”, “사고를 고의로 냈다는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등의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은 채 호송차에 탑승했다.
최씨의 구속 여부는 오늘 오후 늦게 결정될 전망이며, 결정 전까지 최씨는 인근 경찰 유치장에서 심사를 기다릴 예정이다.
앞서 서울 강동경찰서는 지난 21일 택시기사 최씨에게 특수폭행(고의사고) 및 업무방해 등의 혐의를 적용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은 검찰이 이날 법원에 청구했다. 다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미수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이와 대해 경찰 관계자는 “블랙박스 영상에 대한 도로교통공단의 분석, 관련자 진술, 여죄 수사를 진행한 결과 사안이 중대하고 도망의 염려가 있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경찰은 최씨가 고의적으로 응급차를 들이받았다고 판단하고 최씨에게 고의사고 혐의를 적용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3일 사망한 환자의 아들 김모(46)씨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응급환자가 있는 구급차를 막아세운 택시 기사를 처벌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을 게시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8일 서울 강동구 고덕역 인근의 한 도로에서 심한 통증 등을 호소하는 암 환자 어머니를 사설 구급차에 태우고 이동하던 중 최씨의 택시와 접촉사고가 발생했다.
구급차 운전사는 사고 직후 바로 차량에서 내려 “환자를 병원에 이송한 후 사건을 해결하자”고 했으나, 택시기사 최씨는 “저 환자 죽으면 내가 책임질게”, “사고 처리 하고 가라”, “너 응급환자도 없는데 사이렌 키고 빨리 가려는 거 아니냐” 등의 발언을 하며 이송을 막았다. 최씨는 환자가 있는 구급차 문을 열어젖힌 뒤 환자 사진을 찍기도 했다.
말다툼은 10여분간 이어졌고, 김씨의 어머니는 이후 현장에 도착한 119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도착했으나 이송은 15분가량 늦어졌다. 김씨는 “의사는 (어머니가) 하혈을 너무 많이 하셔서 하혈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했지만 각종 검사 위내시경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하시던 도중 돌아가셨다”며 “(어머니는) 한 번도 하혈을 해본 적이 없는데 그날 택시와 사고 후 택시기사가 ‘너네 여기 응급환자 없지?’라며 구급차 문을 열어젖히고 히는 과정에서 쇼크를 받은 듯 하다”고 주장했다.
또 “사망 진단서에도 원인 모를 출혈이 1번으로 나와있다”며 “어머님은 무더운 날씨 탓에 쇼크를 받아 눈동자가 위로 올라가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상태였다. (최씨에 대한) 죄목은 업무방해죄밖에 없다고 하는데, 가벼운 처벌만 받고 풀려날 것을 생각하니 정말 가슴이 무너질 것 같다”고 호소했다.
해당 청원은 23일 오전 7시 기준으로 71만명이 넘게 동의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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